‘넘버2’ 라이벌 현대카드 심장부 찾은 국민카드… “보았노라 그리고 찾았노라”
입력 2010-09-23 18:19
지난 6월 29일 국민은행 신용카드부문 임직원 12명이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을 찾았다. 국민은행 신용카드부문과 현대카드는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라이벌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은 국민은행 14.5%, 현대카드 11.4%다.
최행현 부행장 등 임직원 12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현대카드 직원 안내로 1시간가량 사무실, 편의시설, 직원용 체육관 등을 둘러봤다. 경영 전략이나 현황을 설명하는 프fp젠테이션은 일절 없었다.
시장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날 방문은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국민은행은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카드부문 분사를 추진 중이다. 카드 시장은 전업계 카드사의 공격 마케팅, 겸영 카드사의 분사 등으로 폭풍전야다. 국민은행의 ‘12인 특공대’는 적진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우리는 ‘그것’을 봤다”=23일 국민은행 신용카드부문 임원은 “사옥 꾸미기는 돈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숨어 있는 ‘그것’을 보고 왔다”고 했다. 건물이라는 하드웨어를 봤지만 실제로는 그 속에 담겨 있는 ‘성공의 열쇠’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카드업계 꼴찌였던 현대카드가 지금 수준으로 성장한 동력이 어디에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혁신과 소통”이라고 짧게 답했다.
1984년 설립한 현대카드는 2003년 카드대란이 터졌을 때 고객 수 250만명, 시장점유율 3%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으로 현대카드 고객 수는 897만명에 이르렀다. 2003년 당시 8000억원 적자를 내던 기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12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1분기 기준 11.4%로 신한카드, 국민은행에 이어 3위다. 지난해 삼성카드를 제친 데 이어 올해 국민은행을 넘어 2위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비법’은 뭔가=12인의 특공대가 본 비법은 무엇일까. 카드 업계에서는 현대카드만의 몇 가지 특징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0%대 연체율이다.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0.73%로 1%를 넘지 않았다. 지난해 0.35%였던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현재 0.34%로 더 낮아졌다. 업계 전체 연체율은 2008년 3.43%, 지난해 2.23%, 지난 6월 말 1.83%다.
0%대 연체율의 비밀은 위기에서 얻은 교훈과 리스크 관리에 있다. 카드대란 때 신용카드업계는 전체 취급액에서 현금대출(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53.5%에 이르렀다. 당장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에 집중하다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신용판매부문 매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우량회원 확보와 리스크 관리에 꾸준히 공을 들였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의 신용판매 비중은 전체 취급액 대비 84%로 같은 기간 다른 회사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다.
또 독특한 회의 문화나 공간 배치는 혁신과 소통의 전초기지다. 현대카드는 헬스클럽, 사우나 등을 만들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회의는 보고와 지시 대신 토론으로 채워진다. 회의실에 들어오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하드웨어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채우고 있는지를 관찰했다. 소프트웨어가 곧 혁신이고 소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