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새주인 모십니다”… 채권단, 9월 24일 지분매각 공고

입력 2010-09-23 18:16

채권단이 24일 현대건설 지분 매각공고를 낸다. 옛 현대그룹(현대차 등으로 나눠지기 이전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채권단 소유로 넘어간 2001년 8월 이후 9년 만에 인수·합병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치열한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경영권 사수, 사업 다각화 등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범 현대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24일 지분 매각 공고에 이어 11월 초 본입찰을 거쳐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계약 체결을 마칠 계획이다. 현대건설 최대주주는 정책금융공사로 지분 11.12%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외환은행(8.72%), 우리은행(7.51%) 등이다.

현대그룹은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인수의지를 밝혀왔다. 현대그룹은 최근 신규 여신 중단과 만기도래 채권 회수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채권단 공동제재를 풀어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은 지난 21일부터 TV광고까지 하고 있다. 현대건설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정몽헌 전 회장이 2000년 경영난에 빠진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사재 4400억원을 출연했던 점도 강조하고 있다.

4조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장자 역할을 하는 정몽구 회장이 모태기업인 현대건설을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KCC 등 범 현대가도 현대차그룹을 지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인수전 참여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법률자문사로 김앤장, 재무자문사로 도이치증권과 맥쿼리증권을 선정하고 실무작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채권단은 현대 가문이 아니라도 유동성이 있는 기업이 투자한다면 현대건설이 독자기업으로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