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1차적 책임 여성에 있다” 성범죄자 뻔뻔한 자기합리화
입력 2010-09-23 19:25
성범죄자 10명 가운데 4명이 성폭력의 1차적 책임을 피해여성에게 돌리는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조윤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한국 성범죄자의 보호관찰 위반 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4∼12월 전자발찌 착용을 마친 성범죄자 186명 중 ‘성폭행의 1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설문 항목에 ‘그렇다’고 응답한 성범죄자는 19명(10.3%)에 달했다. ‘보통이다’라고 답한 성범죄자도 41명(27.6%)이었다. ‘그렇다’와 ‘보통이다’라는 답변이 37.9%다. ‘보통이다’라는 답변도 가해자의 1차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폭행이 여성 탓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는 여성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는 설문에는 절반에 가까운 85명(45.4%)이 ‘그렇다’, 39명(21.1%)은 ‘보통이다’라고 답해 66.5%가 자신이 저지른 성범죄를 합리화했다.
‘성폭력은 어쩔 수 없는 남성의 성적 본능에 기인한다’는 항목에서는 ‘보통이다’를 포함한 긍정적 답변이 63.2%로 절반을 넘었다. ‘사창가는 성범죄 예방에 필수적이다’는 설문에는 3분의 2 이상인 76.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14.1%는 ‘미성년자와의 성매매가 합법이다’라는 데 동의했다.
응답자의 46.8%는 전자발찌 착용 기간에 장치를 훼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실제로 전자발찌 훼손 행위로 주의 또는 구두 경고를 받은 성범죄자는 39.8%에 달했다.
조 교수는 “성범죄자들의 성의식이 일반인보다 그릇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이번 조사로 그 수준이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재범을 막기 위해 성범죄자에 대한 내실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