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잠긴 한가위] 또 빗나간 기상청… 수도권 20∼60㎜ 예보

입력 2010-09-23 18:03

기상청은 지난 21일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에 20∼60㎜의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서울에는 기상청 예보보다 4배 이상 많은 비가 내렸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서울에 내린 비는 259.5㎜로 9월 강수량으로는 1984년 9월 1일(268.2㎜) 이후 2번째로 많았다. 9월 하순 기준으로는 1908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에는 각각 293㎜, 269㎜의 비가 쏟아져 저층 주택과 상가에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몽골에서 발달한 찬 대륙고기압과 한반도 남쪽 해상의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울을 중심으로 띠 모양의 정체전선을 형성해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초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정체전선이 남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괌 북쪽 해상의 열대저압부가 태풍으로 발달해 내려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정체전선이 느리게 이동한 것도 집중호우에 한몫했다.

기상청은 지난 20일 오후 중부지방 강수량을 10∼40㎜로 예보했다가 21일 새벽 20∼60㎜로 변경했다. 정체전선이 예상보다 강하게 형성될 것으로 보이자 예상 강수량을 늘렸던 것이다. 하지만 기상청은 260㎜의 강한 비는 예측하지 못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건조한 9월 하순 서울지역에 200㎜ 이상의 많은 비는 상상할 수 없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비구름 안의 수증기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해상에서 진입되는 수증기량을 측정할 수 있는 해상관측망을 늘리고 정교한 수치예측모델을 개발해 예보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