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전한 추석 민심… “윗목도 데운다더니 말뿐 물가 뛰어 서민엔 寒가위”

입력 2010-09-23 20:20

“도대체 윗목은 언제 따뜻해지나.”



여야 의원들이 23일 추석 연휴 동안 접한 지역구 민심을 전하면서 빼놓지 않은 얘기다. 수치상으로는 경기가 좋아졌다지만, 서민들에게는 성과가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서상기(대구 북구을) 의원은 “아랫목이 따뜻해졌으니 곧 윗목도 따뜻해질 거라고 얘기한 지 1년이 넘도록 따뜻해지기는커녕 아무것도 없더라는 원성을 들었다”며 “여권의 ‘윗목론’에 대한 불신이 심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다른 의원은 “대통령이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한데, 구체적으로 성과를 낸 게 없다. 집권 하반기에 일자리 문제 해결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민주당 전병헌(서울 동작갑) 정책위의장은 “시장에 가서 상인들에게 물가에 대해 물으니 ‘말도 마라’는 말로 일축하더라”며 “2000∼3000원 하던 배추 1포기가 1만원까지 올랐다. 정부의 추석 물가관리는 대실패했다”고 말했다.

충청권에서는 세종시 문제의 앙금이 남아있는 듯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대전 중구)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세종시를 방문키로 했다 취소한 것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실망감이 크다”며 “‘위정자는 잘못한 것을 사과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정부가 세종시의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고 밝혔다.

농촌 지역에서는 쌀 농사 풍작으로 쌀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나라당 내 몇 안 되는 호남 출신인 이정현(비례대표) 의원은 지역을 다녀온 뒤 “매년 풍년을 원망해서 되겠느냐, 정부가 쌀 소비 대책을 빨리 세우라는 원망이 크더라”고 전했다. 다만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는 지역별로 민심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조해진(경남 밀양·창녕) 의원은 “‘사료로 쓰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달라지지 않는 한 쌀을 줘 봐야 헛일이다. 주민들한테 가지도 않는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성곤(전남 여수갑) 의원은 “지난 정부 시절엔 쌀을 북한에 지원하면서 쌀값이 유지된 측면이 강했는데, 지금은 과거와 같은 수매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더라”고 전했다.

목포와 연고가 있는 의원들은 ‘낙지’ 소비를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박지원(전남 목포) 비상대책위 대표는 “낙지 머리에서 중금속이 나왔다는 서울시 발표 이후 낙지 산지로 유명한 목포의 재래시장들이 낙지를 못 팔고 있더라”며 “식약청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낙지를) 많이 먹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포가 고향인 한나라당 안형환(서울 금천) 대변인도 “고향에 내려가서 낙지를 먹고 왔는데 아무 탈이 없다”고 했다. 전남에서는 김황식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전남 출신 첫 총리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고 한다.

김나래 강주화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