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연간 생산 15만대 규모 ‘러시아 공장’ 준공… 6번째 글로벌 거점
입력 2010-09-23 18:04
보브리네바 스베틀라나(23·여)씨는 친구들로부터 ‘아타-걸(ata-girl)’로 불린다. 러시아어로 ‘운 좋은 소녀’란 뜻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들어선 현대자동차 생산 공장에 입사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게 목표였는데, 결국 내 꿈을 이뤘다”면서 “특히 현대차에서 근무하는 것을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카멘카 지역에 준공된 현대차 완성차 공장은 이미 러시아의 핵심 산업단지로 급부상했다. 스베틀라나씨와 같은 젊은층을 비롯해 협력업체 직원 등 총 5300명의 일자리를 창출, 러시아 고용시장에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된 것은 물론 자동차산업 및 지역 경제발전의 중심지가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러시아 현지공장 준공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총 5억 달러(5800억원)가 투입된 공장은 전체 200만㎡ 부지에 ‘프레스-차체-도장-의장’ 등 전 생산 공정의 ‘원 스톱’ 체제를 갖췄다.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계 완성차 업체로는 최초이며, 연간 15만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또 터키와 인도, 미국, 중국, 체코에 이어 6번째 글로벌 생산 거점을 러시아에 둠으로써 대(對) 유럽 수출을 확대하는 교두보로 삼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공장에 대한 러시아의 높은 관심은 준공식 행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와 엘비라 나비올리나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지사 등 러시아 정부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 푸틴 총리는 인사말에서 “앞으로 연방 정부와 주정부 모두 현대차 공장이 러시아에서 성공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러시아 경제발전의 동반자로서 양국 간 경제협력의 모범사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현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푸틴 총리는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생산될 소형차 ‘쏠라리스(Solaris)’를 직접 운전했다. 빨간색 시승차 운전석에 오른 그는 정몽구 회장을 조수석에 태운 뒤 공장 라인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오른손 엄지를 치켜들며 미소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내년 1월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쏠라리스는 베르나를 개조한 현지 맞춤형 소형차다. 중국 공장의 ‘위에둥’, 체코 공장의 ‘i30’, 인도 공장의 ‘i10’, ‘i20’ 등과 같은 현대차의 현지 전략형 차량이다. 춥고 겨울이 긴 러시아 환경과 현지인들의 운전 습관을 반영한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조경래 현대차 러시아 판매법인장은 “쏠라리스는 러시아 고객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해 개발한 소형차”라며 “향후 러시아 국민차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현대모비스도 현대차 러시아 공장 옆에 위치한 모듈 공장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현대차 생산 차량에 들어갈 운전석 모듈과 인패널, 범퍼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