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까지 껴안는 복지예산 2011년 6∼7% 늘어… ‘친서민’ 좋지만 돈은 어디서
입력 2010-09-23 20:26
파격적 ‘친(親)서민’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무상보육 등을 골자로 한 내년도 서민희망예산안은 고소득층 30%를 제외한 중산층까지 수혜폭을 확대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당장의 정부 씀씀이는 박수를 받겠지만 결국 이를 충당할 재정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정부의 총지출은 올해 예산보다 5∼6% 늘어난 308조∼310조원 수준에서 편성될 계획이다. 이 중 복지예산은 정부가 총지출 증가율보다 높게 편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81조2000억원)보다 6∼7%가량 증가한다고 볼 때 86조∼87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도 복지 예산에는 무상보육 확대, 전문계고 무상교육, 다문화 가족 지원이 들어가 있다. 이 3가지 부분에만 올해보다 33.4% 늘어난 3조7000억원이 편성됐다. 이외에도 부처별로 보육, 일자리 등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정책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육아휴직 시 급여를 10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저출산 고령화 제2차 계획’과 관련한 예산도 포함됐다. 하지만 정부도 재정건전성 등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예산을 못박지 않고 향후 5년간 80조원이 투입될 것이란 예측만 하고 있는 상태다.
이달 중 발표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에도 예산은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중소기업을 위한 세제지원은 개편안 때 발표했고 남은 건 예산을 이용한 대책 마련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청년고용대책에도 이미 나온 세제 혜택(1명 고용 시 1000만원 한도 공제) 외에 예산을 투입한 계층별 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문제는 늘어난 예산 증가율이 향후 완만해질 수 있느냐에 있다. 조세연구원은 현재 있는 복지제도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5%를 차지했던 보건·복지 지출 비중이 2050년 21.6%까지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면서 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두 마리 토끼잡기 전략’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국세 세입예산안을 보면 조세부담률을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19.3%로 유지하고 2014년(19.8%)까지 20%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돼 있다. 이는 지난해 조세부담률 전망보다 하향된 수치다. 실제 현 정부 첫해인 2008년 중산층 및 중소기업에 대한 비과세·감세·면세지원액은 15조3000억원으로 참여정부 첫해 7조9000억원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돈 쓸 곳은 많은데 조세부담률은 줄어들고 있어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른 분야 예산 삭감과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연금 등 재정 의무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조세부담률도 줄고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미래세대의 부담이 증가하거나 국가채무의 증가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