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北, 내각부총리에 강석주 등 對美라인 승진

입력 2010-09-23 20:38

핵 협상 힘 실어주기? 후계체제 위한 세대교체?

북한의 핵 협상 및 대미 외교라인이 승진됐다. 북한 대외정책의 변화 혹은 세대교체의 신호탄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에 따라 내각 부총리에 임명됐다”고 밝혔다

또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외무성 제1부상에, 6자회담 차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참사는 외무성 부상에 임명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배경설명 없이 승진 사실만 보도했다.

신임 강 부총리는 6자회담과 대미외교를 총괄해 온 외교 실세다. 미국 클린턴 정부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으며, 외무상을 제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받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올해 두 차례 방중 때도 수행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제1부상은 6자회담 수석대표로 활동하며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담판을 벌여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10·3 합의’ 등을 이끌어 낸 인물이다.

이 외무성 부상은 미국 전문가로 1990년대 초부터 핵, 미사일 등 대미외교 현안을 다루는 다양한 협상에 참여했다. 다자외교 무대에서 유연한 협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이번 인사는 핵 협상 및 대미 외교라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내부적으로 사기를 진작시키고, 외부적으로 핵 협상팀의 격을 높여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강 부총리는 향후 내각에서 대외담당 부총리직을 맡아 외교정책 전면에서 미국을 상대로 직접 담판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북한담당 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미 양자접촉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반대로 후계체제를 염두에 둔 외교라인의 세대교체라는 해석도 나온다. 통일연구원 최진욱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은 “전반적으로 사람이 교체되는 흐름”이라면서 “강 부총리를 외무상이 아니라 부총리에 기용한 것은 그를 대미 외교와 핵 협상의 전면에서 빼고, 김 제1부상을 내세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전망했다.

향후 누가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을지도 관심거리다. 김 제1부상이 대표직을 유지할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차석대표였던 이 부상이 수석대표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돌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