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각갈등’] 日과 최악의 ‘감정싸움’
입력 2010-09-23 20:44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가쿠 열도)에서 지난 7일 발생한 중국어선 나포사건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외교마찰과 함께 양국에서 반일, 반중 감정이 증폭되면서 극단적인 감정싸움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 정부 대변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22일 오전 중국에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제안을 일축한 채 “세상 사람들과 국제여론을 기만하는 속임수는 아무런 탈출구가 없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당초 중·일 양국은 유엔 총회를 계기로 총리회담을 계획했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앞서 21일(현지시간) “억류 중인 중국 선장 잔치슝(詹其雄·41)씨를 무조건 즉각 석방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은 추가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다음 달부터 아이팟과 전기자동차 등 각종 첨단 제품에 필수적인 재료인 희토류 금속의 대일(對日) 금수조치를 내린 것도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보도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21일 중국의 반발에 대해 “야쿠자 갱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 45개 도시 시장 포럼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취소할 것이라면서 “중국 같은 나라에는 결코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국 간 교류도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측은 원 총리가 약속한 일본 대학생 약 1000명의 초청을 연기한다고 19일 일본 대사관에 통보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다음 달 9∼10일 열릴 예정이던 일본의 ‘국민그룹’ 스마프(SMAP)의 콘서트도 취소됐다. 중국 베이징시 관광당국은 최근 수십개 여행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일본 여행객을 모집하는 광고나 선전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국민들의 반일, 반중 감정이 확산되면서 중국의 일본국제학교나 일본의 화교학교들은 협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발사고를 우려해 학교 행사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