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유산 열매 맺도록…故 옥한흠 목사 제자들 기념사업 구체화

입력 2010-09-23 17:53

고 옥한흠 목사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지난 6일 장례식이 끝난 이후 고 옥 목사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고인의 정신을 전파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초청으로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김경원(서현교회) 손인웅(덕수교회) 황형택(강북제일교회) 최홍준(호산나교회) 목사 등이 모여 고 옥 목사 기념사업을 펼칠 것을 다짐했다.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상주(喪主) 역할을 하다시피 한 이들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옥 목사의 철저한 예수 사랑과 한 영혼의 구원에 생명을 걸었던 정신은 개 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아직까지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기념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개요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고 옥 목사와 관련된 몇 가지 사업은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여러 명의 목회자와 교계 지도자들이 쓴 ‘내가 만난 옥한흠 목사’가 조만간 출간된다. 국내 한 신학대 교수는 ‘옥한흠 목사 평전’을 준비 중이다. 사랑의교회는 국내외 제자훈련을 거쳐 간 사람들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제자훈련의 대상도 전 세계 기독교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참된 예수 제자 만들기에 광인(狂人)의 열정을 쏟았던 고인의 정신을 국내외 크리스천에게 전파한다는 방침이다.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도 교회 갱신과 일치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비록 고인은 떠났지만 그의 정신이 이 땅에서 활활 살아 오르게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생전에 고인이 가장 애정을 갖고 활동했던 교갱협의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는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 옥 목사의 정신이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한국교회를 살릴 귀한 영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인이 평신도는 물론, 목회자를 깨우는 데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김 목사는 “목회자가 깨어나야 한국교회가 산다”고 강조했던 고인의 염원을 이 땅의 후배 목회자들이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옥 목사는 1995년 가을, 당시만 해도 친분이 별로 없었던 김 목사에게 ‘뜻밖의’ 전화를 했다. 옥 목사는 전화에서 “그동안 사랑의교회에만 전념해 왔는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이제 한국교회 전체를 깨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단 개혁의 의지도 피력했다. “교회 개혁의 핵심은 목사를 깨우는 일이다. 목사로서의 소명은 거룩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목사가 바로 설 때 교단이 바로 설 수 있다.”

이듬해 봄인 1996년 3월, 교갱협이 결성됐다. 옥 목사와 김 목사를 비롯한 몇몇 예장합동 목회자들이 주축이 됐다. 교갱협은 제비뽑기 도입을 통해 금권선거를 없애는 등 교단 변화의 한 축을 감당해왔다.

김 목사는 “옥 목사님은 생애 전반부에 평신도를 깨웠다면 후반부에는 적극적으로 목회자를 깨웠다”며 “목사님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의 존경을 받았던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김 목사를 비롯해 고인을 존경하고 따랐던 사람들이 추모사업을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 옥 목사 기념사업과 관련, 김 목사는 “워낙 존경을 받았던 분이기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업이 전개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과시적인 사업보다는 평신도와 목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질의 믿음을 갖고 본질의 목회를 펼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