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늘만 탓하고 있는 기상청이라니

입력 2010-09-23 17:19

중부지방에 21일 내린 폭우 때문에 2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왔고 1만4000여 가구가 침수됐다. 서울 광화문대로에 물이 넘쳐 차량들이 오가지도 못하고, 지하철역은 폐쇄됐다. 자연재해가 나면 피해는 서민들 몫이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저지대와 반지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명절의 즐거움은커녕 상처만 얻은 이웃과 고통을 나누어 더는 인정이 필요할 때다. 물난리 뒤에는 수인성 질병이 창궐할 우려도 있으니 행정 당국은 쓰레기 처리와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9월 하순의 폭우로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래의 기록이라고 한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태풍발생이 맞물려 물폭탄이 터졌다. 서울에는 259.5㎜가 내려 기상청이 예상한 강수량 20∼60㎜를 4∼13배 넘었다. 자연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해도 기상청의 오보가 너무 잦다. 올해 1월 내린 100여년 만의 폭설 때도 예보가 크게 빗나가 혼란을 키웠다. 이달 초 태풍 곤파스의 경우 태풍 통과시간을 헛짚어 시민의 출근길을 엉키게 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강수량을 10㎜ 내외로 예측했지만 기상청이 과거 자료 등을 참고해 늘려 잡았다고 한다. 한때는 슈퍼컴퓨터가 없어서 정확한 예보를 못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슈퍼컴퓨터를 들여 놓고도 믿지 못하는 실정이라면 기상청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어선들이 조업을 나갈 때 일본의 기상정보를 사 보는 것 아닌가. 네티즌들이 구글 위성사진으로 비구름의 크기와 농도를 거론하는 시대다. 기상청의 분발을 촉구한다.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긴 것은 이번 폭우가 1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강수량에 대비해 설계된 하수관의 용량을 넘었기 때문이라 한다. 수십 년에 한 번 있을 폭우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하수관을 큰 것으로 교체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겠으나 하수관을 키울 경우 평상시 하수 유속이 느려져 오물이 썩는 문제가 생긴다. 그보다는 물을 잠시 가둬두는 저류조와 배수펌프장을 필요한 곳에 설치해 부족하나마 비상시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 아파트 공장 등을 신축할 때 지하에 저수탱크를 설치해 빗물을 잡아두었다가 생활용수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