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상봉과 금강산 관광은 별개다
입력 2010-09-23 17:18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북한이 이산상봉을 먼저 제의했을 때 웬일인가 싶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이 이산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갖게 된다.
지난 17일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북측은 이산상봉 장소 문제로 남측에 애를 먹였다. 남측은 금강산에 있는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 것을 제의했다. 이에 북측이 애매하게도 ‘금강산 지구 내’에서 열자고 억지를 부림에 따라 합의를 보지 못하고 24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북측은 이어 20일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24일 접촉 때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된 ‘일꾼’을 보낼 테니 남측도 상응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산가족면회소는 남측이 이산상봉 확대를 염두에 두고 무려 550억원을 들여 지어놓은 건물이다. 이산상봉이 이곳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북한이 엉뚱하게 고집을 부리는 데는 이번 기회에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 직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분명하다.
이산상봉 협상을 오로지 인도주의에 입각해 진행해야 하는 것은 남북한 모든 이산가족의 바람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남측은 북측의 이런 꼼수에 말려들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남측이 북측의 ‘20일자 요구’를 거부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금강산 관광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갖고 오늘 접촉에 임하기 바란다.
남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조건으로 피격사건 진상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선결과제’를 제시해 놓은 상태다. 북측은 이미 다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거기다 천안함 사건까지 겹쳤다. 이에 대한 사과 요구가 추가된 상태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싶다면 이런 남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정부로서는 이산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별개라는 점을 북측에 분명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