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동이’ 인현왕후 역 박하선, 역대 인현왕후 중 가장 단아했던 그녀

입력 2010-09-23 17:43


지난 봄, ‘중고 신인’ 박하선(23)은 MBC ‘동이’ 오디션에서 사극의 명장 이병훈 감독을 만났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본을 읽었다. 이 감독은 “생각보다 잘했다. 무슨 역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지난 5년 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박하선은 “임팩트 있는 역할, 특히 악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하선을 선하고 위엄 있는 인현왕후 역에 점찍어 두고 있던 이 감독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답변이었다.

“찜찜한 마음으로 집에 왔어요. 시놉시스(개요)를 다시 읽어봤더니, 캐스팅 완료된 인물을 제외하고, 감독님께서 저를 염두에 둔 인물은 인현왕후밖에 없더라고요. 말 실수 했구나…. 땅을 치고 후회했어요.”

얼마 뒤 박하선은 2차 오디션에 오라는 연락을 받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이병훈 감독에게 박하선은 힘을 주어 말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할게요, 맡겨만 주세요. 특히 인현왕후 역이 탐납니다.”

그렇게 얻은 ‘인현왕후’ 역은 박하선의 인생을 바꿔놨다. 1년 동안 일이 끊겨 연기자의 길을 포기할까 고민하던 처지였으나 ‘동이’ 출연 후 박하선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기품 있으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인현왕후를 연기해 ‘단아인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현왕후가 유배 갔다가 중전으로 복귀한 지난 7월 27일 방송은 ‘박하선 효과’로 시청률이 30%까지 올랐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박하선을 만났다.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에,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온 그녀는 고전적인 미인보다 현대적인 미인에 가까웠다. 쌍꺼풀이 짙은 큰 눈에다 갸름한 V라인 얼굴형인데 어떻게 브라운관에서는 동양적인 미인으로 비춰졌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저도 ‘동이’ 전에는 서구적인 얼굴이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얼굴이 너무 현대적으로 생겼다고 지적도 받았고요. 그런데 인현왕후 역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너무 동양적인 얼굴이라고 해서 신기해요(웃음).”

콤플렉스였던 저음의 목소리도 인현왕후 역에는 더없이 잘 어울렸다. 박하선의 목소리는 가녀린 얼굴과는 다르게 굉장히 낮고 굵은 편이다. 그는 “평소 저음의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는데, ‘동이’에서는 감독님이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칭찬해주셨다”고 말했다.

박하선은 입만 열면 ‘깬다’는 친구들의 말처럼 과감하고 도전적인 편이다. 지루한 것은 못 참고, 호불호를 분명히 말하는 편이다. 하지만 조숙한 외모 탓에 그녀는 10살 많은 배역, 차분하고 여성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19살 때부터 사람들이 28∼29살로 보시더라고요. 발랄한 고등학생이나 상큼한 대학생 같은 제 나이 또래 역할을 못해봐서 아쉬워요. 예를 들면, ‘장난스런 키스’의 오하니 같은 역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