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재수 (3) 새벽기도 6개월 만에 외국 투자유치

입력 2010-09-23 17:29


나는 술자리를 즐기는 편이다. 술자리에서의 대화도 부드럽고 이성도 잃지 않는다. 영업도 잘하는 편이었다. 술 때문에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술에는 장사가 없다. 술을 먹으면 실수하는 일이 빈번했다. 금주. 그게 그리 녹록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결심을 해도 매번 허무하게 무너졌다.

술꾼들은 술을 마시기 위해 항상 명분과 이유를 찾아낸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술을 마신다. 일과가 늦게 끝나도 한잔, 일찍 끝나도 한잔. 기쁠 때도 한잔, 괴로울 때도 한잔. 이런 생활에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었다. 새벽기도회 때마다 금주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술을 끊게 해주세요. 술 때문에 신앙생활이 힘들어요.”

언제부턴가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거의 정신을 잃었다. 술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왔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적이 없었는데…. 체질과 식성에도 변화가 왔다. 술에 대해 몸이 완벽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밖에서 밤늦도록 어울리는 일도 점점 힘겨웠다.

일본에 출장갔을 때의 일이다. 일본 임원들과 함께 회식을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들은 어김없이 내게 술을 권했다.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술을 끊었습니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금주의 후유증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금주 약속을 끝까지 잘 지키게 해 달라’고 기도한 적도 있었다. 술을 끊는 일이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체질을 변화시켜 주셔야 한다. 주변에서 술을 권할 때 한약을 먹는다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다.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정면 돌파를 택했다.

“술을 끊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후 그리 됐습니다.”

“당신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때부터 나의 간증이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했다. 얼마 후부터 내 앞에는 음료나 물이 놓였다. 나는 술 마시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멸시하지 않는다. 다만 저들에게 성령의 역사가 임하기를 기도한다. 사람들은 내게 두 가지 불가사의가 있다고 말한다.

“당신은 술을 마시지 않고도 어떻게 사업을 그리 잘하는가.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으면서 어떻게 술자리 분위기를 그리 잘 맞추는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사업이 훨씬 잘된다. 그 비법이 있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금주도 바로 그런 경우다.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한다. 나는 매일 새벽기도를 통해 말씀 훈련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마태복음 6장 33절이 가슴속에 큰 공명을 불러일으켰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이 말씀을 붙잡고 기도했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어려웠다. 기술 파트너였던 일본의 후지쓰 프론텍은 우리 회사 부도에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 회사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우리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없으나, 회사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판매한 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는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자본을 100% 투자해 한국 법인회사를 설립하겠다.”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IMF의 찬바람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가 확정된 것이다. 회사 설립은 자산인수방식(P/A)이었다. 고객에 대한 무한책임을 실천한 기업, 환경이 어려울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기업의 배려에 우리는 감동했다. 그때가 바로 1998년 7월 4일이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바로 그날에 FKM이란 새로운 회사가 탄생했다. 새벽기도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