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1인극으로 가정사역 해 온 윤향금 사모가 말하는 내적치유
입력 2010-09-23 17:27
“인생의 항로에서 나는 종이배가 되었습니다. 내가 노를 저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냥 강물 위에 떠 있습니다. 강물이 흐르는 대로 나를 맡겼습니다.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 강물이 바로 나의 주인이신 하나님이시란 것을요.”
지난 18년 동안 내적치유연극을 통해 가정사역을 해 온 윤향금(51·갈보리교회) 사모는 자신의 인생을 강물과 종이배에 비유했다. 강물의 흐름에 역류하지 않고 떠가는 종이배처럼 순종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순종이었다. 그녀가 소명을 받은 것은 1987년 미국 코네티컷 주의 뉴헤이븐에 살 때였다. 설거지를 하던 중 “산위에 올라가서 온 세상에 외쳐라 이것이 너를 향한 나의 메시지다”란 하나님의 분명한 음성을 들었다. 그땐 몰랐지만 귀국 후 우연한 기회에 극단에 입단하면서 차츰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92년 12월,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한 모노드라마 ‘거울’을 교회학교 고등부 철야예배 시간에 선보였다. 거울은 상처받은 영혼의 치유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연극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연극으로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거야.” 이후 고등학교, 대학, 교회의 요청으로 540여회 공연을 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윤 사모는 무대 위에 오르면 다른 사람이 된다. 큰 목소리로 영혼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하며 혼신의 힘을 다한다. 처음엔 두려웠다. “하나님, 저 어쩌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게 하셨어요. 그것도 혼자서 하는 1인극인데 어떻게 하나요?”라며 울며 기도했다. 그때 주님은 “너 혼자 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두려움이 사라졌다. “네가 연약해도 내가 역사하리라”는 주님의 말씀을 굳게 믿었다.
윤 사모는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에서 목회상담,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에서 목회학을 공부하며 사역의 폭을 넓혀갔다. 내적치유연극은 1인극과 몸 찬양, 간증, 치유기도, 이야기식 강의가 있는 내적치유세미나로 진행된다.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상처가 치유되거나 관계 단절의 벽이 무너지기도 한다.
가정폭력을 휘둘렀던 60대 가장 K씨는 내적치유세미나에 참석한 후 내면의 쓴 뿌리를 치유했다. 그는 어린시절 부모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당하며 ‘내가 크면 다 갚아 줄 거야. 내가 크면 다 죽여 버릴 거야’라고 내뱉었던 무의식의 언어가 가슴속 깊이 박혀 있는 것을 깨달았다. K씨는 “주님은 모든 사람이 포기한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치유해 주셨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또 중학교 때 도둑으로 누명을 쓰게 된 후 말을 더듬으며 살아온 40대 직장인 M씨는 자신을 도둑으로 내몬 사람들을 향한 미움과 증오를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그는 내적치유세미나를 통해 상처와 직면하게 됐고 사랑의 예수님을 만났다. 그는 “내가 도둑이 아닌 줄 내가 안다”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말더듬과 대인기피증을 치유받았다고 밝혔다.
윤 사모는 자신의 영혼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내적치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상처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잊혀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적치유 작업은 깨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사랑으로 용서하는 일입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복음을 전하는 연극인으로 거듭나는 동안 남편의 마음에도 선교에 대한 소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대학교수였던 남편은 96년 하와이열방대학에서 예수제자훈련을 받은 후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됐다. 현재 갈보리교회 부목사(최해국 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윤 사모는 현재 전국교회와 대학, 중·고등학교에서 내적치유연극 공연을 하고 예수가정치유샘터에서 상담과 내적치유세미나를 인도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