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정예의 힘 ‘젊은 한국’은 강하다… 태극소녀들 거침없는 도전
입력 2010-09-23 18:21
‘여풍당당(女風堂堂).’
17세 이하(U-17) 여자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4강에서 스페인을 2대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해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축구가 FIFA 주관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통해 FIFA 대회에 첫발을 들여놓고 나서 무려 56년 만에 이룬 쾌거다.
그동안 FIFA 주관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지소연(한양여대)을 앞세운 U-20 여자 대표팀이 지난달 1일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 월드컵 3-4위전에서 기록한 3위다. 다섯 번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한국은 그동안 세 차례나 본선 진출조차 이루지 못했지만 올해는 당당히 3위에 입상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지소연은 8골로 우수선수상 격인 실버볼과 득점 2위에 해당하는 실버슈도 차지해 세계적 스타 대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정확히 52일 만에 이번에는 U-17 여자 대표팀이 언니들을 넘어 한국 축구사를 새로 썼다.
열악한 환경에도 한국 여자축구는 일취월장하고 있다.
FIFA통계자료에 따르면 18세 이하 여자축구선수는 한국이 1278명으로 스페인(4190명)의 ⅓에도 못 미친다. 대한축구협회 등록 팀과 선수 현황을 봐도 8월 현재 초등학교 18개 팀 362명, 중학교 17개 팀 397명, 고등학교 16개 팀 345명이 선수로 뛰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태극 소녀들이 세계무대에서 선전하는 것은 소수 정예로 팀을 꾸려 스파르타식으로 집중관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세계 제패의 가능성을 확인한 U-17 및 U-20 선수들이 경쟁력을 갖춘 성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여자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하면서 국가대표팀이 나서는 2011년 독일 여자 월드컵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지난 1991년 제1회 여자 월드컵이 시작된 후 여자축구는 2003년 미국 대회(당시 조별리그 탈락) 외에 단 한번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U-17 여자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여민지와 U-20 대표팀 주포 지소연 등을 집중 관리한다면 2015년 월드컵 때는 한국 여자축구가 성인 무대에서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를 제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