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의 전설’ 양준혁, 마지막까지 1루로 전력질주
입력 2010-09-19 22:30
“굿바이, 양준혁!”
삼성과 SK가 맞붙은 19일 대구구장 9회말. 삼성 양준혁(41)이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 송은범이 3구째를 던지자 양준혁의 방망이가 힘껏 돌아갔다. 결과는 2루수 땅볼 아웃. 하지만 양준혁은 1루까지 사력을 다해 뛰었다. “땅볼을 치더라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것이 나의 야구 철학”이라고 밝혔던 양준혁. 그는 그렇게 마지막 경기에서도 팬들에게 자신의 야구 철학을 보여줬다.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이 이날 고향 대구에서 은퇴경기를 가졌다. 경기의 행사명을 ‘Blue Blood in NO.10’로 짓고 양준혁을 기념했다. 양준혁의 배번인 10번과 삼성의 상징인 ‘파란 피’를 뜻하는 것이다.
은퇴경기는 식전 시구·시타로 시작됐다. 시구는 아들의 활약을 묵묵하게 뒷바라지해온 아버지 양철식씨가 맡았고, 양준혁은 시타자로 나섰다. 이어 5회말 종료 후 은퇴 축하 메시지, 공로패 전달, 꽃다발 전달이 어어졌다. 경기 종료 후에는 양준혁이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입장,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등번호 10번에 대한 영구결번 선포 레이저쇼와 유니폼 반납, 양준혁의 고별사, 송시 낭송, 선수 헹가래 등이 이어졌다. 양준혁은 1회부터 9회까지 그라운드에 나왔다.
지난 1993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입단하자마자 당시 해태 이종범을 제치고 신인왕을 수상한 양준혁은 이후 타석에 오를 때마다 타자 부문 기록을 새롭게 써왔다. 개인통산 2135경기 출장은 물론 홈런(351개), 안타(2318개), 루타(3879개), 2루타(458개), 타점(1389개), 득점(1299개), 사사구(1380개) 등 도루를 제외한 모든 공격 부문에서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양준혁은 고별사를 통해 “야구를 시작한 고향 품에서 떠나 더더욱 감사하고 행복하다”면서 “이제 야구선수가 아닌 인간 양준혁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출발하려 한다. 또다른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날 삼성을 3대 0으로 이긴 SK는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한 매직넘버를 ‘1’로 줄이며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선발승을 따낸 SK 김광현은 시즌 17승째를 거둬 한화 류현진을 제치고 다승 단독 1위에 올랐다. 대전에서는 롯데가 한화를 7대 1로 꺾었다. LG는 연장 11회말 터진 이병규(24번)의 끝내기 안타로 KIA를 5대 4로 물리쳤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