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0-09-19 21:39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나는 얘기를 계속했다. 마가복음 3장 6절이 이렇다. “바리새인들이 나가서 곧 헤롯당과 함께 어떻게 하여 예수를 죽일까 의논하니라.” 마음이 흡족한 까닭이 몇 가지였다. 한국에서 선배와 얘기한 것이 고마웠고, 비행기에서 내내 마가복음을 읽고 생각한 것이 좋았다. 아내가 성경에 대한 내 얘기 자체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여보, 들어봐. 선배한테 들은 것과 내가 읽은 책 그리고 마가복음을 깊게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인데, 예수님의 공적 활동에서는 초기부터 긴장이 높아진단 말이야. 3장 6절에서 벌써 예수님을 죽이려는 모의가 시작되는 거야. 바리새인과 헤롯당이라고 했는데, 당시 이스라엘 사회의 지배층은 사두개인, 바리새인, 헤롯당이야. 사두개인은 제사장 계층이니까 귀족 세습 계급이고, 바리새인은 율법을 보존하고 해석해온 서기관들인데 평민도 많고, 그리고 헤롯당은 헤롯대왕에서 이어지는 정치적 기득권자들이야. 그 중에서 두 계층 그러니까 바리새인과 헤롯당이 손을 잡고 예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사두개인이 빠진 것은, 그들이 제사장들이니까 주로 남부인 유대 지방의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지금 예수님이 활동하시는 장소는 북부 지역 갈릴리거든. 아직까지는 사두개인들과 충돌할 상황은 아닌 거지.
그런데 중요한 점이 있어. 바리새인은 원래 헤롯당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거야. 바리새 운동은 아주 철저하게 율법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시작했대. 바리새인이 당시 로마 제국의 통치 체제하고 충돌할 때가 많은 것은 당연지사지. 헤롯대왕은 혈통으로 보면 유대인이 아니고 가나안 족속이야. 유대인 혈통의 순수성을 중요시하는 바리새인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 게다가 정치적으로 로마 황실과 가깝게 지내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헤롯 가문은 바리새 운동의 시각으로 보면 하나님 신앙을 배신한 거야.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예수님의 가르침과 활동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건드리니까 바리새인이 헤롯당과 손을 잡은 거야! 그러니까 사실상 지금 예수님과 충돌하는 바리새인들의 신앙은 진실한 신앙이 아니야. 자신들의 기득권을 속에 감추고 겉만 하나님의 율법(말씀)으로 포장한 셈이지.”
나는 그날 아내와 많이 얘기했다. 얘기하다 보니 아내의 성경 지식 또는 신학적 지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식견이 상당했다. 대학교 다닐 때 아내가 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신앙 서적과 신학 서적을 꽤 많이 읽었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예수님은 살해 음모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당신의 소명을 결행하신다. 3장의 나머지 부분이다. 살해 음모 뒤에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부르신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이 또 중요하다. 예루살렘에서 서기관들이 내려온다. 서기관은 바리새인들이다. 그들이 예수를 귀신 들렸다고 비판하는데 예수님은 가장 강하게 그들을 책망한다. 그들이 하는 말이 성령을 모독하는 죄이며 이 죄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3장 마지막에서 예수님의 가족들이 예수님을 찾는다. 예수님은 많은 사람 앞에서 공적으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누가 내 어머니며 동생들이냐…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35절). 예수님에 대한 배척이 아주 명백해진다. 죽여 없애는 것 말이다. 반면 예수님도 소명을 결행하신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