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3인의 추석] “막 정착한 새터민 고민 상담 고맙다는 문자 받았을때 행복”
입력 2010-09-19 21:37
마순희(59·여)씨에게는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새터민 아들, 딸이 많다. 마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보관함에는 마씨에게 안부를 묻고 추석 인사를 보내는 새터민들의 글이 가득했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해 2003년 한국에 온 마씨는 지난 4년간 막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들과 추석을 함께 보냈다. 마씨는 2007년 8월부터 새터민 지원단체인 새조위(새롭고 하나 된 조국을 위한 모임)가 국립의료원에 설치한 새터민 상담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피가 섞이지 않은 새터민 자녀들을 많이 만났지만 마씨에게는 민영석(가명·38)씨가 각별하다. 2008년 처음 만났을 때 민씨는 다른 새터민을 때려 경찰에 입건된 상태였다. 민씨는 병원에 입원했던 피해자의 치료비 500여만원을 지불하지 못해 국가에서 제공한 임대주택이 날아갈 형편이었다.
마씨는 민씨를 외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백방으로 알아봐도 범죄자를 돕겠다는 단체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국립의료원에서 일일찻집을 열고 개인 기부자를 찾아 민씨를 구제했다.
하지만 민씨는 지난해 가을 또 다른 폭행사건에 연루돼 교도소에 가게 됐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교도소에서 전화가 왔다. 마씨는 “엄마, 죄송해요. 잘 살았어야 하는데…”라고 흐느끼던 민씨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추석에는 지난해 말 출소한 민씨를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마씨는 새터민들이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시기가 추석과 한식이라고 했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어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탈북한 지 얼마 안 된 새터민들은 한국 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워 이질감이 큰 데다 가족 중 일부가 북한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석이면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 많다는 것이다.
마씨는 19일 “명절 때 직접 찾아와 잠시라도 얘기를 나눠주는 것이 새터민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며 “가까운 새터민 지원센터(하나센터)를 방문하면 근처에 홀로 지내는 새터민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