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초대석-은퇴 앞둔 전광표 구세군 사령관] “희망 전하고 나눈 35년… 소명의 끝은 없죠”

입력 2010-09-19 21:44


구세군대한본영 제22대 전광표(69) 사령관이 구세군 사관으로 살아온 35년의 사역을 정리하고 오는 26일 오후 3시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은퇴예배를 드린다.

1971년 ‘승리자의 학기’로 임관된 뒤 천연·삼성·영등포·과천영문(교회)을 담임한 전 사령관은 전라·충서·서울지방의 지방장관과 부서기장관, 서기장관을 거쳐 2005년 1월 사령관에 취임했다. 재임 기간 NCCK 회장, 대한기독교서회·CBS·한국에이즈예방재단 이사, 한국교회봉사단 고문, 기독교장기재산기증협회 이사장 등을 지내며 교회연합 사업과 일치에도 앞장섰다.

최근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 사령관 집무실에서 만난 전 사령관은 꼼꼼하게 메모해둔 내용들을 바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의 소망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은퇴 후에도 ‘희망을 전하고 나누는 일’이다.

-먼저 은퇴를 앞둔 소감은 어떠신지요?

“원래 만 65세에 은퇴해야 하는데, 좀 늦어졌습니다. 은퇴는 당연한 일로 생각했고 언제든 준비해왔습니다. 부족한 종이 구세군의 리더가 됐고 구세군 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빌딩을 건축하고, 몽골에 교회를 개전(개척)해 몽골 선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동역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바람이 있다면 한국 구세군이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사실 구세군은 교회 성장과는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성장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시는지요?

“한국 구세군은 사회복지 사업에 있어 국가의 복지 정책들과 맞물려 함께 성장하고 성숙했습니다. 갑절 이상 사회복지 전문 시설을 늘렸습니다. 교회 성장이 그만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구세군도 80, 90년대에 다른 교회들이 성장하듯 개척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고 교세가 준 것은 아닙니다.”

-요즘 한국 교회가 성장 침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어떤 힘을 모아야 할까요?

“진정한 교회의 모습에 대한 답이 마태복음 22장에 나옵니다.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게 첫 계명이요, 그 다음이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37∼39절)는 겁니다. 이 말씀에서 구세군의 표어인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가 나왔습니다. 교회가 성장하려면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워야 합니다. 구제와 봉사를 해야 합니다.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을 실천해야 합니다. 교회 공간을 이웃에게 제공하십시오. 교회 마당을 주차장으로 개방하는 겁니다. 성전에서 결혼식을 열고, 지역사회에서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동안의 목회 여정을 돌아보실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구세군은 작은 교단입니다. 그럼에도 2008년 한국 구세군 선교 100주년 행사를 내실 있게 치르자고 결의하고, 1주일 동안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100주년 기념대회를 열었습니다. 특히 한국에 선교사로 오셨던 분들을 모두 초청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품속에서 때 묻은 작은 태극기를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한국이 그립거나 한국 구세군에서 선교하던 때가 떠오르면 언제나 이 태극기를 펼쳐놓고 기도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이 주신 태극기는 박물관에 보관돼 있습니다.”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인 구세군빌딩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지 않으십니까?

“앞으로 이곳을 통해 퍼져나갈 아름다운 사역들을 기대하니 참 뿌듯합니다. 구세군이 재력이 있어 빌딩을 지은 게 아닙니다. 50여년 전 서울 상암동에 사 두었던 7000평 땅을 매각해 빌딩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구세군사관학교와 수련원을 증축했고, 노숙인 시설도 이전했습니다. 임대 수익금으로 많은 일을 진행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저의 역할은 빌딩을 완공하는 것까지입니다. 박만희 차기 사령관 이하 후배 사관들이 잘할 줄 믿습니다.”

-몽골 선교를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제가 사령관 되던 해인 2005년 1월부터 국제본영으로부터 선교비를 지원받지 않습니다. 2000년 이후부터 계속 삭감됐어요. 받는 구세군에서 주는 구세군이 되어보자고 다짐하면서 100주년에 구세군 사관을 몽골 선교사로 파송해 사회복지 사업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또 자선냄비 성금으로 3년 전부터 몽골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러시아의 소외된 어린이들을 데려다 심장병 수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한국도 몽골과 같았습니다. 몽골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대하며 이 일을 시작한 겁니다.”

-그 밖의 많은 사역 현장을 직접 찾아가셨지요?

“국민과 함께 나눔과 섬김, 희망의 내일을 열어가기 위해 참 많은 일을 전개했습니다. 태안 기름유출 현장에서의 자원봉사, 부산 수해지원 활동 등으로 현장에서 아픔을 겪는 이웃을 격려했던 게 생생합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재활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재활용 매장 ‘희망나누미’ 사업과 연수원 운영에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사령관님은 어떻게 구세군 사관이 되셨습니까?

“고향인 충남 논산에 구세군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세군을 접했습니다. 20세 전후에 구세군 사관들이 순회 전도를 왔는데, 팀을 만들어 집을 돌며 전도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그들의 헌신된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헌신자를 찾는다고 할 때 서원했습니다.”

-퇴임 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상당히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뒤를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길을 연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구세군을 위해, 한국 사회를 위해 계속 기도할 것입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