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中 외교당국의 무례
입력 2010-09-19 21:43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최근 중국어선 나포와 관련해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한 것에 대해 중국 외교가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통상 해외사절 영접 등에만 나서는 외교 분야 최고 사령탑이 외교 현안과 관련해 직접 외국 대사를 초치한 건 다소 이례적이었다. 보다 이례적인 건 초치 시간이었다. 주말인 지난 토요일, 그것도 밤 12시 직전에 불러 일요일 새벽까지 얘기가 이어졌다. 좀 심했다는 지적이다.
중국 외교당국이 주요 현안 발생시 상대국 대사를 부르는 시간에 대해선 그간 말이 많았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 2월 19일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를 부른 게 대표적 사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직후였다. 강력한 항의 차원에서 춘절(설) 연휴인데도 헌츠먼 대사를 불렀다.
중국 외교부가 ‘즉시 들어와 달라’고 전하자, 헌츠먼 대사는 외부에서 자전거를 타며 여가를 즐기던 상태에서 그대로 자전거를 몰고 중국 외교부로 향했다. 하지만 외교부 정문에서 경비원들은 운동복 차림의 헌츠먼 대사를 몰라보고 제지했다. 헌츠먼 대사는 신분이 확인된 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전거는 들여보낼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경비실에 맡겼다. 당시 헌츠먼 대사가 중국의 무례한 요구에 무례하게 화답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천안함 사건과 이후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한·중 관계가 냉각됐을 때도 중국 외교당국은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에게 업무시간이 아닌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게 만나자고 요구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이 외국대사를 다소 무례하게 부르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우선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은 “고위 외교당국자들이 업무가 과도해 업무시간엔 따로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한 방편이라는 관측이 많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정말 급박한 사안인 경우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정상적인 근무시간에 부르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