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세습, 로열 3인방 권력구도 ‘안갯속’
입력 2010-09-19 22:08
노동당 대표자회 연기로 북한의 후계 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김정은 김경희 장성택 등 로열패밀리 3인방의 역할과 권력 분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3인방은 각각 권력 승계의 정통성, 혈통, 풍부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이끌어 갈 삼각축으로 꼽힌다. 그러나 후계 구도 구축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당 대표자회가 연기되면서 이들 사이에 권력다툼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27)이 지난해 1월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이미 그에 걸맞은 권력을 쥐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권력 서열 2위인 노동당 조직비서를 대행하고 있고, 공안기관 및 군을 통제하고 있으며, 대내외 정책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북한은 정은이 아직 20대이고,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의식해 ‘김대장(정은의 별명)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 도쿄신문은 지난달 평양에서 사용된 교육 문건을 확보했다며 “북한은 정은이 군부를 최우선으로 하는 선군혁명을 이어갈 위대한 계승자로서의 품격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노동당원들을 학습시키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64) 당 경공업부장은 정은의 후견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에서 “김경희 말은 나의 말”이라고 할 만큼 신뢰가 두텁다.
그러나 고이케 유리코 전 일본 방위상은 최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실은 기고문에서 “김 위원장은 3대 권력 세습을 위해 김경희를 관리인으로 지명했을 수 있지만 김경희는 스스로 후계자가 되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경희는 당 정치국과 군 요직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반면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64)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다르다. 정은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2인자였다. 국정 경험이 풍부하고, 외교 및 대남 접촉 경험도 두루 갖췄다. 당과 군에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그를 한때 숙청하는 등 적절한 견제를 통해 권력충돌 가능성을 차단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건강 등을 고려하면 장성택이 3∼5년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김경희와 함께 정은의 방패막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은은 군과 당을 맡고, 장성택은 대외 관계를 맡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