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없는 자의 나눔이 추석을 밝힌다
입력 2010-09-19 21:36
민족의 명절 추석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일가 친족이 한 곳에 모여 자연의 결실이 가져다 준 풍요 속에서 한가위 보름달을 함께 보며 단란을 누림은 한민족이 예로부터 지금까지 꿈꿔온 소박한 이상이다. 여름철 폭서와 태풍 곤파스의 심술 뒤에 찾아온 올해 추석은 정회가 각별하다. 자연의 위협뿐 아니다. 3월 26일 북한의 기습 공격으로 천안함이 폭침되어 꽃 같은 해군 사병 46명이 산화했다. 누구의 자식이고 누구의 남편인 그들과의 영별(永別)을 통절해하는 이웃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추석 연휴의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대인 90만명으로 예상되는 반면 사회복지시설에는 몇 년 전부터 명절 때 찾아오는 사람이 줄고 있다. 보육원과 독거노인 등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던 손길이 각종 공공 모금기관으로 옮겨가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한다. 이름을 감춘 채 보육원 앞에 과일이나 쌀 포대를 놓고 가던 익명의 천사들도 사라졌고,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의 발걸음도 뜸해졌다는 것이다. 공적 기부도 필요하지만 개개의 따스한 손길이 소외계층의 마음을 더 잘 보듬을 수 있다.
청년실업 등 경제 문제는 해를 거듭하며 추석 보름달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과 친족이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가족 친지마저 없어 더 어려운 처지의 소외계층을 찾아 사랑과 배려를 나누면서 용기를 찾는 것은 어떨까 한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이 오히려 물질과 마음을 나누는 행위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기부다.
추석은 국사(國事)에 대해 민심이 소통하고 형성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 추석 민심은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고위 공직자들의 부도덕성과 그에 대한 반발로 시대정신이 된 ‘공정한 사회’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추석이 끝나고 열리는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추석 민심의 추이를 제대로 살핀 결과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사회론에 대해 사회 각계에서 폭발적으로 호응이 일어난 것은 그만큼 민심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은 크게 높아졌다. 민간 각 부문에서도 공정을 지향하는 움직임을 확산시키는 국민적 자각이 추석 정담 속에서 피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