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Russia 현대차’ 2011년 출시… 브랜드 현지화로 러 시장 잡는다

입력 2010-09-19 17:31


18일 모스크바시 노보라잔스코 거리의 현대자동차 딜러점은 비가 내리는 주말인데도 고객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매장 진열대 맨 앞에 전시된 빨간색 제네시스 쿠페 앞에는 30대 남녀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자녀를 둔 가족들은 현대차의 또 다른 소형급 모델인 i20, 또는 i30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매장을 찾은 블라디미르(48)씨는 “현대차는 다른 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스타일과 품질이 우수한 것 같다”며 “지금 갖고 있는 차는 구입한 지 1년 6개월밖에 안 됐는데 바꿀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딜러점 총괄 매니저인 안드레이 포킨(29)씨는 “러시아 중산층에게 현대차는 최고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앞으로 현지 생산·판매 체제가 구축되면 판매량은 물론 브랜드 인지도 역시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가 신흥 자동차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러시아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27% 늘린 7만5000대로 확대하고 ‘현지 생산·판매 체제’ 구축으로 러시아 수입차 판매시장의 1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조경래 현대차 러시아 판매법인장은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현대차 브랜드숍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1월부터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략 모델인 ‘RBr(프로젝트명)’을 러시아 국민차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첫 번째 ‘메이드 인 러시아’ 차량으로 선보이게 될 ‘RBr’은 러시아인의 취향과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승용차다. 기존 소형 베르나의 전장과 폭을 확대하는 한편 전고는 낮춘 스타일로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 준공식에서 공개된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지속적인 신차 투입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러시아 최고 수준인 ‘5년간 무상보증 및 긴급출동 서비스’, ‘24시간 정비 핫라인 시스템’ 도입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 잡기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수요가 ‘반토막’ 났던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회복과 함께 러시아 정부의 폐차 인센티브 정책 등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수요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13만4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했다. 2분기 판매는 31.8%나 늘었다.

현대차도 같은 기간 완성차 판매율이 22%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월 러시아 시장에 첫선을 보인 i30는 135%나 늘었고 지난 4월 출시된 ix35(국내명 투싼 ix)는 예약 대기 기간만 3개월이 걸릴 정도로 현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모스크바=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