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문제투성이 입학사정관제
입력 2010-09-19 21:35
서울지역 일부 사립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특목고와 외국 고교 출신을 최고 65%까지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성균관대는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 모집인원 754명 가운데 외국 고교 출신 285명(37.8%), 특목고 출신 207명(27.5%) 등 65.3%를 선발했다. 이화여대(52%), 연세대(37.8%), 중앙대(26.2%)도 그 비율이 매우 높았고, 최근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것으로 판결된 고려대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니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입학사정관제 취지는 될성부른 떡잎을 잘 살펴서 뽑자는 것이다. 즉 사교육을 통해 점수기계로 만들어진 학생보다는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뽑아 인재로 육성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보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특목고 졸업생이 전체 일반계고 졸업생의 2.3%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입학사정관제가 당초 취지와 정반대로 특목고 출신들을 손쉽게 뽑을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특목고 열기는 심화되고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학원가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주요 평가요소인 자기소개서 대필까지 성행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교과부도 대필·표절에 대한 엄단을 밝혔지만 먹혀들 것 같지가 않다. 정부 말보다는 학원 말을 신뢰하는 게 학부모들이고 그 빌미는 지금까지 정부가 제공해왔다.
출신대학이 평생을 좌우하고 이에 따라 대학입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공정성이 의심되는 입학사정관제는 국민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할 뿐이다. 입학사정관제가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이라 할지라도 그 시행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 타이틀이 갖는 의미가 줄어들고, 공정성이 좀 더 정착된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 아직은 아니라는 정황이 이미 수없이 드러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