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막연한 엔高 반사 이익 없다”

입력 2010-09-19 22:25


코트라는 19일 ‘최근 엔고현상에 따른 우리 수출시장 동향 보고서’를 내고 “엔화 강세가 한국 제품 수출에 도움 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엔고가 되면 일본 기업 제품의 수출 가격이 올라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반사이익을 봤다. 하지만 최근 엔고 상황에선 일본 제품의 수출 가격 변화가 거의 없다. 일본 기업들이 부품의 해외조달과 중국과 동남아 등지의 해외생산을 늘려 제조원가를 절감, 엔고로 인한 가격 인상요인을 최대한 억제했기 때문이다. 일본 제조업체의 해외생산 비중은 1985년 0.4%에 불과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엔 17.8%를 기록했다. 일본 내각부는 제조업체 25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조업 해외생산 비중이 2014년엔 20.1%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인수합병(M&A)을 통한 글로벌 생산전략 흐름도 강하다. 올해 8월까지 일본 기업의 M&A 규모는 217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어섰다. 게다가 M&A 지역이 생산비 절감 효과가 큰 신흥국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현지 바이어들에 따르면 일본의 샤프가 동남아 시장에서 가격을 인하하는 등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사례마저 있다”며 “엔고 때문에 일본의 중저가 시장 공략 전략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일본의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첨단제품들이 많아 바이어들이 환율, 가격보다는 품질, 거래조건 등을 더 따지는 점도 엔고로 인한 반사이익이 줄어든 요인이다. D램과 플래시 메모리 등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제품 단가는 일본제품보다 비싸지만 시정점유율이나 선호도가 2배 이상 앞선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제품이 잘 나가는 이유는 기술적인 우위와 꾸준한 브랜드 파워 개선 노력 덕분이지 환율 효과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선 엔고에 대처하는 일본의 모습을 잘 배워 원화 강세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환율 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원화 강세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역시 자국의 슈퍼 엔고 해결을 위해 주변국에 환율 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처럼 해외생산 비중 확대와 결제통화 다양화 등을 통해 원화강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