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엔高 효과 기대난, 원高 추세 대처를

입력 2010-09-19 21:47

엔화 가치가 급등세(엔·달러 환율 급락세)다. 엔·달러 환율이 지난 15일 15년 4개월 만에 1달러 당 82엔대로 떨어지자 일본 외환당국은 바로 수조엔대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지난 주말 환율은 85엔대로 올라섰지만 그렇다고 엔고 추세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엔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뚜렷한 추세로 등장했다. 국제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붐이 일면서 달러, 유로화보다 엔화 수요가 늘면서 시작됐다. 고금리를 노리고 해외로 빠져나갔던 일본자본이 금융위기 이후 속속 복귀한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에 수출을 늘려 경기회복의 발판을 삼으려는 미국의 달러 약세 정책도 가세했다.

우리로서도 엔고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통화가치 상승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악화시키기에 엔고는 일본 상품과 경쟁하는 한국기업에 유리하다고 흔히 지적돼 왔다. 그런데 최근 엔고는 한국 기업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중론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중소기업 7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엔고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응답기업의 44.1%가 ‘부정적’이라고 봤다. 코트라 등의 조사에서도 일본기업들이 해외에서의 생산 및 부품조달 확대를 통해 엔고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철저한 제조원가 조절을 감안할 때 엔고 효과는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원화 가치도 최근 부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경제가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는 국내외 평가와 더불어 한국 국채에 유입되는 외국자본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곧 원화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뿐 아니라 한국의 수출증대는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10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환율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경제회복세와 더불어 환율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보면 환율 하락에 대한 기업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원가 낮추기 노력과 함께 품질 기술 마케팅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