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움직여야 할 ‘유가-금값’ 동반상승 왜?
입력 2010-09-19 17:25
국제시장에서 원유와 금값이 동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경기 회복기나 확장기 때 유가는 오르고, 금값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흐름은 경제상식을 뒤엎는 양상이다. 선진 경제권과 신흥 경제권 간 경기 회복세 차이와 투기자금의 움직임 때문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히지 않는 한 이 같은 ‘기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와 금값 움직임=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가 17일 오후 3시(현지시간) 고시한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1274달러로 전날보다 1.50달러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선물가격(12월물 기준)도 3.70달러 오른 1277.50달러를 기록했다. 현재의 금 가치와 미래의 금값 전망 모두 상승했다는 뜻이다.
보폭은 금에 미치지 못하지만 원유도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17일 전날보다 배럴당 0.01달러 오른 76.26달러로 장을 마쳤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물이 전날보다 배럴당 0.91달러(0.12%) 내린 73.66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일부 시장에선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월평균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74.17달러였음을 감안하면 국제유가는 상승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 움직임’ 완화 배경과 전망=원유와 금은 경기 흐름과 금융시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민감 품목이다. 금융위기 저점을 지나 경기 회복세가 완연했던 올 초만 해도 국제유가와 금값은 각각 상승과 하락이라는 분명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흐릿해졌다.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감과 함께 투기성 자금의 눈치작전도 극심해졌다.
SK경영경제연구소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19일 “아직 세계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판단에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경기회복 국면에서 금의 선호도가 오히려 짙어지고 있는 데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선진 경제권과 신흥 경제권 간 경기회복 속도 차이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경제권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리면서 향후 현금을 시장에 쏟아 붓게 될 경우 미 달러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들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 등 신흥경제권의 빠른 회복속도가 뒷받침하고 있다. 선진 경제권의 회복세 둔화로 줄어든 원유 수요를 신흥국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향후 금과 유가의 동반 상승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HSBC의 짐 스틸 금속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금의 상승세를 뒤집을 만한 징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