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만의 재정클리닉(17)
입력 2010-09-19 15:58
옆집 아저씨가 그립다
옆집 아저씨. 아무도 자기를 반기지 않는 어린 소녀 소미에게 전당포를 하며 사는 옆집 아저씨는 유일한 친구요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뱃속의 태아를 잃은 충격으로 외부와 담을 쌓고 마음 속 빗장을 걸어 잠근 채 살아가는 상처 입은 한 인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것처럼 살아가는 소미에게 애정을 갖는다. 그리고 말이 없고 때로 무뚝뚝한 그가 소미의 마음을 헤아려 보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찮게 범죄사건에 개입이 되고 범죄조직에 인질로 끌려간 소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왜냐면 옆집 아저씨니까. 며칠 전에 본 ‘아저씨’ 라는 제목의 영화 이야기다.
오래 전 나는 쉰 가호 남짓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동네에서 살았었다. 그곳에서 같이 살았던 사람들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대문을 잠그는 법이 없었다(하긴 대문이라고 할 만한 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또 어느 집에서 싸운 일이며 누구네 개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았는지 심지어는 옆집 곳간에 쌀이 바닥난 일까지 속속들이 알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었고 회관을 지어 놓고 농한기에는 모여 놀기도 하고 마을의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큰 어른을 중심으로 공동으로 대처했다.
옆집 아저씨가 그립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어느 부자가 나온다. 이 부자는 외국에서 구한 비싼 가죽을 가난한 구두 수선공 가족과 함께 일하는 천사 미하일에게 맡겨 최고의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지상에서 구두 수선공이 된 천사 미하일은 그날 죽게 될 부자의 운명을 알았고 주문한 장화 대신 그의 장례식에 사용될 시신용 슬리퍼를 만든다.
예수님도 비유로 한 부자 이야기를 꺼내신다. 곡식 쌓아 둘 더 큰 창고를 짓고자 하는 부자에게 하나님께서는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라고 물으신다.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다는 것이다.
내일 죽을지도 모를 운명이 오늘 정신없이 돈 버는 데 열중하느라 서로를 위하는 사랑의 마음이 없다. 온통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옆집에 누가 사는지 형제가 아프지는 않은지 드러내 말도 못하고 굶고 있지는 않은지 관심이 없다. 눈앞에서 이웃이 창피를 당하고 강도를 당해도 내 일이 아니면 그만인 것이다.
빚보증 때문에 파산하게 된 교회 형제가 도움을 요청해도 모른 척 한다. 이웃집 물건은 탐내면서도 정작 도와야 할 사람에 관하여는 무관심한 것이다. 이것은 너나할 것 없이 묵인하고 굳어져버린 사회구조적 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 믿어도 변하지 않는 내 안의 문제다.
이 시대에 내 허물을 뒤로하고 자기 온 몸을 내던져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줄 옆집 아저씨가 그립다.
김진만·보아스파이낸셜클리닉 대표(재정 상담이나 더 많은 자료를 원하시면 www.boazfn.com으로 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