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환자들 “고지방·고열량 과식은 피해야”

입력 2010-09-19 16:52


우리나라 명절 음식은 대부분 육류 위주의 기름진 고지방, 고열량 음식들이다. 따라서 당뇨병이나 고혈압, 간질환, 신장병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병세가 악화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음식들이다.

만성 질환자들은 이 같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눈에 보이는 육류 섭취 시 기름기나 껍질을 제거하고 살코기 위주로 먹고, 채소가 적당히 어우러진 식단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요리를 할 때도 포도씨유나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해 총 콜레스테롤과 총 칼로리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메디컬쿠킹클래스 이송미 팀장과 을지대병원 신장내과 방기태 교수,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 등의 도움말로 이번 추석 연휴에 주의해야 할 명절 음식 섭취 요령을 알아본다.

◇당뇨병 환자 주의사항=명절 음식 섭취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사람들은 당뇨병 환자들이다. 그동안 열심히 당뇨식을 지켜왔던 환자들도 ‘명절 연휴 중 며칠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단 며칠 사이에도 식사 관리를 소홀히 하면 고혈당 또는 저혈당으로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명절 음식에는 생각 이상으로 고열량, 고지방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은 명절 전에 각 식품군의 일(1) 교환 단위에 해당되는 양을 충분히 숙지해 명절의 별식들을 처방 열량 내에서 융통성 있게 섭취해야 한다. 당뇨 환자들은 장시간 이동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출발하기 전 혈당측정기, 스트립, 인슐린, 알코올 솜, 주사기 또는 경구용 혈당강하제 등의 당뇨 관리 용품을 여행가방에 꼭 챙겨야 한다. 또 장시간 운전이나 이동 중 식사 시간을 놓쳐 저혈당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사탕이나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성묘 등의 이유로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아지면 식사 시 총 열량에 10∼20%를 추가 섭취하고, 고향에 도착하면 주변의 당뇨병 전문 관리 기관이나 당뇨병센터, 병원 등을 알아두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환자 주의사항=고혈압 환자가 지켜야 할 식사요법의 요체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체중감량을 위한 감식, 둘째는 나트륨 섭취를 제한하는 저염식, 셋째는 알코올 제한을 위한 금주 또는 절주다. 비만과 소금기가 많은 음식 섭취 및 과음 행위는 혈압을 높이는 주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평소 혈압 조절을 위해 식사량을 조절해서 적게 먹고 있던 환자들도 추석에는 과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체중의 갑작스런 변화와 식염 섭취 증가로 인해 갑자기 혈압이 급상승할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아예 명절 음식을 조리할 때부터 염분과 지방 함량이 높아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면 식용유는 되도록 트랜스지방산이 없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고, 고기류는 볶는 것보단 삶아서 편육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채소나 육류를 미리 데쳐서 볶으면 기름기 흡수를 줄일 수 있다.

다른 음식에 비해 5∼10배의 기름을 포함한 전이나 튀김옷은 가능한 한 얇게 입히고, 튀긴 후에도 소쿠리에 냅킨을 깔아 기름이 흡수되도록 한다.

갈비나 불고기, 생선구이, 잡채 등의 간을 할 때 짠맛을 원하면 무염간장이나 대용소금을 사용하고 식초 사용량을 늘리면 염도를 낮출 수 있다. 염분이 많다고 생각될 때는 물을 많이 마셔 소변과 함께 염분이 빠져나가도록 조처한다.

◇신장병 환자 주의사항=만성 신부전 환자들도 약물요법 못지않게 소식을 위주로 한 식이조절이 중요하다. 신장병 환자들은 콩팥이 병들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몸속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신부전 환자들은 음식 섭취 단계부터 노폐물 생성을 줄이는 것이 치료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온갖 맛난 음식이 풍부한 추석 같은 명절은 신부전 환자들이 치료 행위를 거스르기 쉬운 때다. 신부전 환자들은 이런 음식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신부전 상태에 따라 식이요법의 수위가 달라지긴 하지만 신장 기능이 나쁜 사람들은 저염 및 저단백 식단을 습관화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특히 탕이나 국 종류 음식의 국물에는 염분이 많이 녹아있기 때문에 국물 섭취를 최소화하고 가급적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것이 안전하다. 저단백 식사조절을 위해서는 고기 산적과 같은 육류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신부전의 정도가 심한 환자들은 칼륨 성분 섭취도 조절해야 한다. 칼륨 조절을 요구 받는 환자의 경우 특히 과일류를 조심해야 한다. 사과와 배는 어느 정도 괜찮지만 곶감과 대추는 삼가야 한다. 김치, 시금치, 삼색전 등도 마찬가지.

또 곡식 보다는 흰 쌀밥이 좋고, 식혜의 경우 소변량이 없거나 몸이 붓는 경우가 아니면 섭취해도 좋다.

◇간경변증 환자 주의사항=간경변증 환자가 주의해야 할 상황은 복수와 간성혼수다. 복수가 생기는 경우에는 특히 염분의 섭취를 제한해야 하며, 간성혼수 위험이 높은 환자라면 한꺼번에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복수가 있는 환자의 경우 과도한 염분 섭취가 복수를 더욱 악화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염도가 높은 국이나 찌개류를 피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고깃국을 먹어야 할 경우에도 가능하면 국물을 적게 먹도록 하자.

간성혼수의 흔한 원인 중 하나는 단백질 대사과정에서 나오는 독성물질 암모니아다. 이 물질이 간에서 제대로 해독되지 않으면 뇌로 흘러들어 간성혼수를 일으키게 된다. 정상인은 간에서 제대로 해독작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해도 문제가 되지 않으나 간경변증이 심한 환자는 이 같은 해독작용이 충분치 않아서 문제가 된다.

단백질이 많은 음식은 돼지고기, 소고기 등 육류다. 간경변증 환자들은 연휴 중 이들 고기를 적절히 제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술은 절대 금물이다. 술은 간경변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