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앙의 못자리’ 고향교회 찾아보자
입력 2010-09-19 17:12
올 추석엔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기억의 상자’를 꺼내십시오.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듯 우리에겐 돌아갈 고향 집이 있습니다. 마치 집으로 가는 길에 익숙한 당나귀처럼 우린 고향 가는 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길 가운데엔 언덕위에 아담한 교회가 있습니다.
추석에 고향집을 찾는다면 고향교회를 방문해 어린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십시오. 고향교회는 한국교회 신앙의 모판이고, 어린시절의 추억이 서린 곳입니다. 여름 장마 때는 빗물이 새고 겨울바람에 창문 틈을 내줬던 교회였지만, 고향 교회는 내 신앙이 시작된 곳입니다. 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복음의 씨앗을 심어 준 고향교회 목사님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신앙은 ‘생명 줄’이며 요동하는 세상의 유일한 ‘부동점(不動點)’이란 것을 배웠습니다.
추석은 한 해 동안의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감사하고 그 은혜를 이웃과 나누는 절기입니다. 한국교회의 일선을 지켜온 교회에 감사하는 작은 정성을 전하고 마을의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전한다면 추석의 참 뜻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작은 교회들을 섬기는 실천은 그 현장을 보고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린시절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나 목사님은 만나지 못해도 교회 종탑에 걸린 별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욕심 없는 한 톨의 양식처럼 교회를 지키는 목사님과 세상의 모진 바람을 잠재우는 눈물꽃처럼 기도하는 촌부와 그의 아내들이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에서 아무리 많이 풍요를 누려도 영적인 목마름을 채울 수 없음을 아시고 ‘내게로 와서 마시라’고 하셨습니다.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이르시되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요 7:36∼37).
‘고향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의 영적인 의미는 곧 ‘예수님의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삶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선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일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여정에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집은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교회는 소망과 위로를 주는 피난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리와 빛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교회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 명절에 자녀들의 손을 잡고 밤하늘에 만발한 별들을 바라보며 새벽예배와 수요예배에 참석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이 작은 교회, 작은 예수가 되길 소망합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