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뭘 볼까?” 행복한 추석… 행복한 고민
입력 2010-09-19 17:13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은 영화관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유독 장르 편중 현상이 심했던 올해 극장가에도 추석 연휴에는 다양한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했다.
◇액션영화 팬이라면 ‘해결사’, ‘무적자’=‘해결사’는 전통적으로 추석 연휴 기간에 강세를 보여 왔던 코믹 액션 영화. 마케팅 단계에서부터 아예 ‘추석액션’을 표방했다. 가슴 후련하면서도 유쾌한 액션을 기대하는 팬이라면 설경구·이정진 주연의 이 영화를 놓치지 않을 법하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 전직 형사로 등장하는 설경구는 몸 사리지 않고 실감나는 액션을 선보이고, 상대역인 이정진도 비열한 악당 역을 맡아 호연했다. 조연으로 나온 오달수·송새벽도 ‘등장하기만 하면 웃겨주는’ 코믹 콤비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2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많은 팬이 기억하고 있는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주진모·송승헌 주연의 ‘무적자’도 놓치지 아까운 작품. 원작과는 달리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부산의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직폭력배와 형제 간의 총격전은 원작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악역으로 분한 조한선의 열연이 돋보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뮬란-전사의 귀환’도 상영중이다. ‘황제의 딸’, ‘소림축구’ 등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모은 중국 여배우 자오웨이가 여장군 뮬란 역을 맡았다. 컴퓨터그래픽 대신 중국에서만 가능할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찍은 전투 장면은 그 자체로 볼거리.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한 ‘레지던트 이블 4’, 애쉬튼 커처·캐서린 헤이글 콤비가 활약한 ‘킬러스’도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로맨틱코미디 보고 싶다면 ‘노다메 칸타빌레 Vol.1’, ‘시라노:연애조작단’=사라졌던 영화도 돌아오도록 하는 게 한가위의 힘인가. 지난해 ‘추격자’의 성공 이래 한동안 충무로에서 사라졌던 국산 로맨틱코미디가 드디어 개봉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가벼운 느낌으로 달달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 딱이다.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말 한 마디 붙이기 힘든 연애 쑥맥들에게 대본을 주고 연애 거는 방식을 가르치는 ‘시라노 에이전시’에 어느 날 ‘상용’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상용의 짝사랑 상대가 이 에이전시의 대표 ‘병훈’의 옛 애인이었기 때문. 풋풋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민정의 외모와 박철민·송새벽의 감초 연기에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다.
일본의 클래식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팬이라면 드라마의 속편 격인 ‘노다메 칸타빌레 Vol.1’을 놓칠 수 없다.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우에노 주리는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귀여운 얼굴로 “치아키 센빠이(선배)”를 외쳐대고, 남자 주인공 다마키 히로시의 빛나는 외모도 그대로다.
◇가족 영화도 풍성=가족들이 다 함께 볼 만한 영화로는 9일 개봉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가 있다. 인간들의 사는 집 마루 밑에 키가 10㎝에 불과한 소인(小人)들이 산다는 설정에서 출발했다.
소인들의 시선에서 본 자연과 인간의 세계가 스크린에 펼쳐지고, 우표를 미술작품 삼아 벽에 붙이거나 주전자를 타고 강을 건너는 모습 등이 잔잔한 웃음을 불러 온다. 인간 소년 ‘쇼우’와 소인 소녀 ‘아리에티’의 교감 속에서 자연과 사라져가는 존재들에 대해 성찰한 영화.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수채화 같은 그림과 서정적인 배경음악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유니버설 픽처스의 3D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역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하지 않다. 악당 ‘그루’가 달을 훔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창조적이고 귀여운 캐릭터들의 활약. 크리스 오도넬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캣츠 앤 독스 2’도 어린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이 외에도 16일 개봉한 장진 감독의 코미디 ‘퀴즈왕’, 드라마에서 인기를 모은 김태희의 스크린 복귀작 ‘그랑프리’, 8월 개봉했으나 여전히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원빈 주연의 ‘아저씨’ 등이 있다. 영화팬들에게는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 될 듯하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