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러시아 발레 진수 맛보세요
입력 2010-09-19 22:28
국립발레단이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라이몬다’를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다.
그동안 해설이 있는 발레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부분적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라이몬다’ 전 막이 한국무대에 공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보이는 ‘라이몬다’는 볼쇼이 발레단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에 의해 재창조된 작품이다. 그리가로비치는 고전 발레 양식을 유지하면서 그 위에 볼쇼이 특유의 화려한 테크닉을 극대화하고, 마임을 줄이는 대신 춤을 집중하는 그만의 화려한 무대를 보여준다.
‘라이몬다’는 13세기 중세 십자군 시대 헝가리 제국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에 출정한 기사 장 드 브리엔의 약혼녀 라이몬다가 다른 영주의 협박과 유혹을 물리치고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특히 여성 무용수에게 ‘라이몬다’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자 소화하기 힘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막에서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2막에 들어서는 우아하고 요염한 여인의 모습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선과 기교적인 측면 모두 폭과 깊이가 커야 한다.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주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유리 그리가로비치 선생님 작품은 할 때마다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이 제일 어려운 거 같다”면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라이몬다’의 큰 주제는 사랑이고 한 여자가 갈등하는 내용이다. 스토리가 단순한데 발레 스토리는 단순 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김주원, 김지영에 대해서 “전 세계 어떤 발레단에 가도 그 수준에 맞는 공연을 할 수 있는 무용수들이고 이번에도 수준 높은 연기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칭찬했다.
한국 발레가 어느 정도 위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리가로비치는 “예술에 순위를 매기는 것은 무의미 하다”면서 “발레는 아름다운 육체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재능이다. 한국 무용수들이 발레에 많은 관심을 두고 열심히 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라이몬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김주원은 김현웅과 짝을 이뤄 25일과 29일 무대에 서고, 김지영은 볼쇼이 발레단의 알렉산더 볼치코프와 함께 28일 30일 공연한다. 원래 김주원과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었던 이동훈은 부상으로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다. 볼쇼이발레단 무용수들은 26일과 27일 공연에서 주역으로 출연해 한국관객을 만난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오는 10월 7~8일 이틀간 러시아를 찾아 한국 발레의 우수함을 뽐낸다. 김주원, 김지영, 김현웅 등 ‘라이몬다’의 주역들이 러시아 발레의 심장부인 볼쇼이극장에서 열릴 볼쇼이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 초청돼 주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02-587-6181).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