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치고 나물 무치다 “아, 허리야”… 주부들 명절 스트레스 사무친다

입력 2010-09-19 17:26


명절을 지내고 나면 장거리 운전과 무리한 가사 노동 등으로 남성이건 여성이건 큰 후유증을 겪는다. 이번 추석도 연휴 기간이 예년에 비해 길다고는 하지만 이른바 ‘명절 증후군’을 비껴가진 못할 듯하다.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명절 후유증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그냥 넘기다가는 나중에 더 큰 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척추관절 전문 나누리병원이 최근 내원 환자 29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51%가 과거 겪었던 명절 후유증으로 ‘허리와 무릎 통증’을 꼽았으며 이어 소화불량(29%), 무기력감(20%) 등 순으로 답했다. 하지만 어떻게 명절 후유증을 극복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84%가 ‘그냥 참고 말았다’고 답했다. 인천나누리병원 이승철 원장은 “가족들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명절 증후군을 제때 치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땐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부들이 특히 많이 시달리는 허리와 무릎 통증의 경우 음식 장만을 위해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자세가 중요하다. 바닥에 앉아 요리를 할 땐 벽에 가까이 기대서 쿠션이나 베개로 등을 받치는 것이 좋다. 또 벽에 기대 한쪽 무릎을 세우면 등이 구부정하게 굽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오랫동안 서 있을 땐 한 쪽 발을 앞으로 내밀고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 허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백과사전 높이(15㎝) 정도의 받침대에 발을 번갈아 올려놓는 것도 좋은 방법. 남성들은 운전 시 똑바른 자세에 신경 써야 한다.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생겼다면 찜질로 응급처치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연세SK병원 천세명 과장은 “통증 부위에 75도 정도의 온찜질을 해 주면 긴장된 근육이 풀리고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개 과음, 과식이 소화불량을 부른다. 하지만 가볍게 여기고 넘어갈 경우 만성으로 이어지거나 두통, 메스꺼움까지 느끼게 된다. 증상이 나타난 지 2주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적절한 처방 없이 소화제 등을 오·남용하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고 진단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일단 소화불량이 생겼다면 한두 끼 금식하고 흰쌀 미음을 먹으면 위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명절 내내 주방 일에 시달린 주부들은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나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연휴 동안 북적대던 집안이 갑자기 조용해지면 남아있는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땐 가족이 함께 등산이나 적절한 운동, 놀이를 통해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명절 후유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방 요법도 알아둘만 하다. 먼저 ‘진피탕욕’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뭉쳐있는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진피(말린 귤껍질) 혹은 생유자 4∼5개를 잘게 썬 뒤 거즈에 잘 싸서 목욕물에 넣고 우린 후 몸을 담근다. 약 15분간 몸을 담갔다가 가볍게 샤워한다.

승모근 지압도 해 보자. 고개를 숙였을 때 목 뒤에 가장 볼록 튀어나오는 뼈에서 양쪽 어깨 끝까지 이어져 있는 근육이 승모근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이태규 원장은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뭉치는 근육으로 뻐근함과 함께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 부위”라면서 “양손으로 승모근을 꽉 잡은 상태에서 목을 좌우로 돌린 후 놓아주면 된다”고 말했다. 신수혈 지압은 허리 주변 기혈을 소통케 해 줘 허리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고 피로 회복에 도움된다. 신수혈은 허리 부위 배꼽 높이에서 양쪽으로 손가락 2마디 가량 떨어진 곳이다. 오랜 시간 앉아있어 퉁퉁 부은 다리에는 ‘풍륭혈 지압법’이 좋다. 풍륭혈은 정강이뼈 중간 지점의 바깥쪽 약 4cm 위치에 있다. 즉 무릎과 복사뼈의 ½지점에서 종아리 뒤쪽 방향에 있는 경혈이다. 풍륭혈을 5초 간격으로 5∼8회 눌러주면서 주변 근육을 주무르면 다리 부종을 감소시킬 수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