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산상봉 장소 샅바싸움 왜… 면회소 핑계로 쌀 추가 지원 압박?
입력 2010-09-17 22:03
17일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상봉 장소가 돌발변수로 떠오른 것은 북측이 이산가족상봉 행사 장소를 ‘금강산지구 내’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북측의 이런 제의 이면에는 상봉 장소를 금강산관광 재개 및 추가 쌀 지원 등을 위한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뜻이 숨어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표단은 오전 10시30분 실무접촉을 시작해 오후 5시쯤 회의를 마쳤다. 당초 북측이 먼저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만큼 무난한 합의가 기대됐다. 그러나 상봉 장소를 둘러싼 문제가 생기면서 회의는 진통을 겪었다.
정부와 대북 전문가들은 북측이 상봉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금강산지구 내’로 고집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금강산관광 재개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 측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등으로 장소를 명확히 하자는 입장이다.
면회소는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를 위해 남북협력기금에서 대한적십자사에 총 공사비 550억원을 지원해 2008년 7월 완공했다. 그러나 고(故)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사용되지 못하다가 지난해 9월 이산가족상봉 장소로 처음 쓰였다. 하지만 북측은 금강산관광 중단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지난 4월말 일방적으로 몰수했다.
정부는 면회소가 어려울 경우 면회소 건립 이전에 상봉 장소로 쓰였던 금강산호텔 등이 대체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은 현대아산이 북측에서 장기 임대한 곳으로 몰수 조치에서도 제외됐다. 그러나 북한은 끝까지 상봉 장소를 적시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가 상봉 행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북측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전제로 금강산면회소에서 행사를 열자고 요구하고 나서면 무척 난감해 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의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 인정, 피격사건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이 해결돼야 관광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장소 문제를 추가 대북 쌀 지원을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따라서 오는 24일 개최되는 2차 실무접촉에서도 북측이 장소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이산가족상봉은 상당한 난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엄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