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우리금융 민영화… 셈법 다른 창과 방패, 누가 웃을까
입력 2010-09-17 18:46
우리금융 “경영권은 못줘”… 하나금융 “흡수합병이 목표”
공격과 수비의 한판 승부다. 맹렬한 공격을 예고하고 나선 하나금융지주와 방어 전략을 들고 나온 우리금융지주가 맞붙었다. 목표물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56.97%다. 각자 창과 방패를 들고 링 위로 오를 태세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을 합병해 자산 규모 400조원이 넘는 대형 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우리금융은 기존 경영권, 그룹 구도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정부 지분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잘게 쪼개 팔겠다는 생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금융 매각을 위한 매도자 실사에 착수했다. 매각주관사로 선정된 삼성증권 대우증권 JP모건은 실사팀을 구성해 지난 13일부터 실사를 하고 있다. 실사 결과는 다음 달 말쯤 나온다.
정부는 11월 초쯤 매각 공고를 할 계획이다. 대형 M&A가 막을 올리는 것이다. 또 정부는 매각에 속도를 내 내년 상반기 안에는 민영화를 끝낼 방침이다. 연말까지 최종 입찰 대상, 내년 초쯤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인 M&A 방식은 아직 노출되지 않았다. 특혜 시비 등을 의식해 태스크포스팀도 꾸리지 않은 채 조용하게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 지분을 30%가량 사들인 뒤 나머지는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흡수한다는 밑그림은 나왔다. 주식 맞교환 방식은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주식을 새로 탄생하는 통합 금융지주회사 주식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그동안 단순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는 정부 지분율이 합병 이후에는 30%가량 되기 때문에 민영화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하나금융은 미리 정부 지분을 사들인 뒤 합병을 해 정부 지분율을 낮추는 노림수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과점 주주 방식의 민영화라는 ‘방어’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미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포스코, KT 등 대기업에 지분 인수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10%씩 지분을 쪼개서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하면 정부 지분을 일괄 매각할 수 있다. 기존 경영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다만 예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6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하나금융이나 우리금융 모두 재무적 투자자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국민연금에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건은 재무적 투자자 확보”라며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잡느냐에 따라 승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