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입력 2010-09-17 18:33
마가복음 5장 25∼34절
본문은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뒤에서 그의 옷깃을 만짐으로써 병 고침을 얻은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문을 읽으면서 두 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첫째, 다른 병자들은 모두 예수님의 앞에 나와서 자신의 문제를 내놓았는데, 왜 이 여자는 예수님의 뒤에서 그 옷에 손을 대었을까요? 둘째, 왜 예수님께서는 병을 고쳐주신 후 꼭 집어내어서 밝히려고 하셨을까요?
첫 번째 질문부터 대답해 봅시다. 이 여인이 걸린 병의 종류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혈루병은 레위기 15장에 나오는 유출병의 다른 말로서 몸에서 피가 나오는 부인병의 일종입니다. 혈루병에 걸린 여인은 매우 부정하여 그가 잠을 잔 침대와 앉았던 의자가 부정합니다. 이런 여인과 접촉하게 되면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으라 하였습니다. 물이 귀한 곳이었는데 옷을 빨고 샤워를 하려면 얼마나 복잡하였겠습니까? 이 여자를 만난 사람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재수가 없다고 침 뱉으면서 도망가야 하였겠지요. 이 여자가 만일 예수님 앞에 나와서 “제가 혈루병에 걸렸으니 고쳐 주십시오”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갑자기 뒤로 물러서면서 욕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여자가 예수님의 뒤로 온 것은 겸손함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봉변을 당할 판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둘째, 예수님께서 병을 고치신 후 왜 이 여자를 드러내려 하셨을까요? 예수님이 엄한 목소리로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고 물으셨고, “아니다. 내 옷에 손을 댄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이 여인을 밝혀내기를 원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능력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 싶으셨던 것일까요? 아무도 몰래 와서 병이 낫고 감사의 인사도 없이 가버리려는 이 여인이 괘씸해서 야단을 치신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성경의 다른 곳에 보면 예수님은 병 고치신 후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막 1:44).
그렇다면 왜? 이 질문에 대한 해답도 바로 이 여자에게 있습니다. 성경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렇게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열대여섯 살 처녀가 되어 시집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납니다. 몹쓸 병에 걸려 시집을 못 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린 가슴이 얼마나 철렁 내려앉았겠습니까? 고민 끝에 부모에게 이를 알렸을 때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요? 점차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친척들이 멀리합니다. 다른 마을로 이사를 하여서도 한 일 년 지나면서 정체가 발각되어 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수차례, 이 여자의 마음은 단단히 굳어져 갔습니다. 사람들이 싫어지고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자폐 증상을 가진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예수님 앞에 나아가서 고쳐달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댐으로써 몸의 질병은 고침을 받았지만, 그 마음은 고침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앞으로 그녀의 남은 인생도 그렇게 사람을 두려워하며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여인의 마음을 아셨습니다. 사람들 앞에 드러내고 간증을 하도록 함으로써 이 여인의 굳게 닫힌 마음을 고쳐주길 원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분이셨습니다. 사람들의 형편을 알고 그 마음을 헤아릴 줄 아셨습니다. 우리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고쳐 주시는 분입니다. 이런 예수님께 무엇인들 내어놓지 못하겠습니까? 또한 예수님을 따라 사역을 하는 제자들은 예수님을 본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함께하셨던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고, 예수님이 마음을 알아주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주님, 우리에게 사람의 마음을 아는 지혜와 그들의 형편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랑을 주옵소서!
장동민 목사 (서울 백석대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