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폭력’ 강기갑 의원 2심선 유죄
입력 2010-09-17 18:30
서울 남부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박대준)는 17일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집기를 던지고 국회 경위 등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강기갑(사진)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방호원의 멱살을 잡고 흔든 것은 폭행으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며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보조 탁자를 넘어뜨린 것은 고의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강 의원은 소수 정당의 대표로서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항의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나 강 의원이 행사한 폭행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항의의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고, 정식 절차를 통해 항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사무총장실에 침입하고, 회의 중이던 국회의장실 앞에서 소리를 질러 공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폭력 사태를 초래한 국회 질서유지권이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폭력 행위 자체보다는 질서유지권 발동의 절차적 적법성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당시 이 판결은 검찰과 법원의 갈등을 촉발시켰고 담당 판사였던 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는 보수 단체의 비난 때문에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질서유지권 발동의 절차적 문제점보다는 강 의원 행위 자체의 위법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국회 경위의 현수막 철거는 적법한 직무집행이었으며, 현수막 철거의 근거 규정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방호원을 따라 나가 멱살을 잡고 흔들거나 사무총장 방에 들어가 탁자를 넘어뜨린 것도 공용물건손상과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강 의원은 “인정할 수 없다”며 상고할 뜻을 밝혔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그 외의 법률위반 시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 의원직이 상실되는 만큼 강 의원의 의원직은 유지된다.
강 의원은 지난해 1월 미디어 관련법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농성 중 국회의장이 국회 경위 등을 동원해 민노당 당직자들을 해산시키자 폭력을 행사해 불구속 기소됐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