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협상은 전략적 판단… 원자로 폐쇄 가치있어”

입력 2010-09-17 18:28

오바마 행정부 당국자들의 “北에 지나친 양보” 비판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16일 야인(野人)으로 돌아간 후 처음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반도 관련 토론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이라크 대사로 임명된 힐 전 차관보는 지난달 말 공직을 마감하고, 이달 초부터 덴버대의 조지프 코벨 국제관계대학 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 9·19 공동성명 등을 이끌며 북핵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이어서 토론회에서 그의 발언은 관심을 끌었다.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토론회에 한 명의 패널로 참석했지만, 힐 전 차관보에게로 6자회담 전망, 과거 북핵 협상의 공과(功過)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자신이 과거 대북정책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했고, 협상에 실패했다”는 오바마 외교팀의 비판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다음은 토론회 등에서의 힐 전 차관보와의 일문일답 요지.

-6자회담은 언제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며, 6자회담 재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6자회담의 재개 시점을 예측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한·미 양국 간의 ‘정책 복잡성(policy complexity)’은 5년 전 내가 일할 당시보다는 분명히 적다. 반면 북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향후 상황은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

-오바마 행정부 당국자들 사이에 ‘힐이 과거 협상에서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고, 결과적으로 6자회담을 실패로 이끌었다’고 비판하는 의견이 있는데.

“양보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 얘기하자면, (내가 북핵 협상을 담당할) 당시 우리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상황을 해결하려 했다. 그때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도 실질적 우려를 갖고 있었다. 당시의 첫째 목표는 영변 원자로 폐쇄였고, 두 번째 목표는 불능화였다. 첫째 목표는 성공을 거둬 기술적인 많은 조치가 취해졌고, 냉각탑 폭파도 진행됐다. 북한이 폐쇄 후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원자로 폐쇄가 이뤄진 후 북한은 원자로를 재가동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는 북한이 생산한 기존의 플루토늄과 비밀 우라늄 농축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우려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당시 플루토늄이 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목표를 위해 일부를 양보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협상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지 않았는가’를 따지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무엇을 추구했는가’, ‘상대방이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 등의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협상이란 결국 상대방이 무엇을 하게 하고, 그들에게 무엇을 주면서 합의가 도출되게 마련이다. 또 우리가 해야 할 양보가 무엇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협상가의 몫만은 아니다. 양보를 너무 많이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그 당시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분명히 우리는 2008년 가을에 접어들면서 북핵 검증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은 당초 우리가 주기로 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진전되지 않았다. 협상은 모름지기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것보다 적게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무엇을 주고 받고에 대한 계산을 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 당시 원자로를 폐쇄한 것은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보즈워스 대표의 처지를 공감하는가.

“보즈워스 대표의 입장을 전적으로 공감한다. 북한 내부 사정을 이해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이 모든 사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팀을 신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