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 비추는 보름달처럼 이웃 껴안는다
입력 2010-09-17 16:15
한국교회 한가위 맞아 섬김·나눔 잔치 잇따라
한국교회가 추석을 맞아 소외계층 챙기기에 나섰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 나눔과 섬김의 자리, 기독교 정신과 문화가 담긴 훈훈하고 아름다운 잔치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21∼24일 필리핀 마닐라 외곽 빈곤층 지역인 빠야따스와 몬탈반에선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서울 우면동 창성교회 ‘자장면봉사단’ 20여명이 예장 통합 서울 강남노회 회원들, 소망교회 의료봉사팀과 함께 자장면 1만2000그릇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준다.
장제만 목사는 “전문 요리사들이 직접 만든 자장면과 탕수육으로 필리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특히 자장면 봉사 직후 열리는 전도 집회는 필리핀인들의 영혼 구원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주민들의 인권·복지 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은 19일 서울 독산1동 가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함께하는 ‘한가위 한마당’ 행사를 연다. 포스코 후원으로 열리는 이날 행사에는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중국동포 등 1000여명이 참석, 한국의 추석 음식과 베트남, 일본, 중국의 명절 음식을 즐긴다. 출신국 민속놀이와 한국 민속놀이, 나라별 대항 게임, 연예인 봉사단 특별공연도 마련, 화합을 도모한다. 김해성 목사는 “추석 명절이면 더욱 외로울 이주민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출신국의 민속놀이를 즐김으로써 우리 모두가 정다운 이웃임을 공감하게 된다”고 밝혔다.
광림교회(김정석 목사)도 19일 ‘2010 외국인 한가위 영성잔치’를 개최한다. 7년째 이어온 행사로, 고국에 있는 가족들을 대신해 외국인노동자들과 함께 추석을 즐기고, 국적과 문화를 넘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가 되고자 마련한 자리다. 뷔페 식사가 제공되고 오후에는 콩고 출신의 박카겐카 피터(31)씨와 로르카스(30·여)씨의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다. 두 사람은 노동 계약 및 체류 비자가 만료되면 콩고로 돌아가 선교사로 사역할 예정이며 현재 경기도 용인시 아미교회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광선 목사)와 기독교긴급구호센터는 21∼25일 서울역 뒤편(서부역) 사랑의 등대에서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중추철 새희망 축제’를 갖는다. 명절 특별식 및 과일, 빵, 음료수 등을 제공한다. 아침 6시, 점심 11시30분, 저녁 6시 등 1일 3식이 제공되며 5일간 예상 수혜 인원은 1만6000명이다. 22일 점심 배식 때 생필품을 선물로 나눠준다. 신일교회 성도들이 봉사자로 참여한다.
한국기독사진가선교회(회장 박경배 집사) 회원 10여명은 추석 연휴 중국의 소수민족들을 섬기러 비행기를 탄다. 중국 쓰촨성 초등학생들에게 졸업앨범을 만들어주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가족사진과 장수(영정)사진을 찍어줄 예정이다.
효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인천순복음교회는 15일 교회 앞마당에서 홀몸 노인 266명, 극빈가정 549명, 장애우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총 989명에게 쌀 10㎏과 라면 1박스씩을 전달했다. 최성규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이웃사랑이 나눔으로 나타나기를 원하시며 말로만이 아닌 삶의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펼쳐져야 한다”며 “인천순복음교회에서 나누는 것은 정말 작은 것이지만 사랑과 정성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순복음교회 효행봉사단은 몸이 불편한 수혜대상자 가정을 일일이 방문, 물품을 전달했다.
경동교회(박종화 목사)는 1974년 이후 매년 추석 전후로 추수감사절을 지내고 있다. 추수감사절 예배 후, 외국인노동자들을 초청해 풍물놀이를 하기도 한다. 매월 1·3주 주일예배 후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병원인 선한이웃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중앙침례교회(윤석전 목사)도 19일을 추수감사 주일로 지킨다. 20∼23일 추석 축복대성회를 열어 성찬식과 함께 영성 회복의 시간을 가지며 불우이웃들을 찾아 7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전달한다.
충남 태안 영광교회 등 태풍 곤파스로 피해를 입은 교회들과 북한 홍수 피해를 돕는 일에 한국교회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