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향 가는 젊은이가 준다… 해외여행·자기계발이 우선
입력 2010-09-17 22:10
#1. 직장인 김현정(28·여)씨는 추석 연휴 3일에 연차휴가 2일, 주말 휴일을 합쳐 9박10일간 동남아 여행을 떠날 준비에 여념이 없다. 8월 말부터 준비를 서둘렀지만 여행사 상품이 모두 매진돼 비행기 표만 겨우 마련했다. 김씨는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가도 어렸을 때와 달리 친척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다”며 “차라리 내 생활을 즐기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 취업 준비생 오강섭(30)씨도 올 추석에는 고향인 청주에 내려갈 생각을 접었다. 추석 이후 시작될 기업 공채 준비가 바빠서다. 오씨는 추석에 특별 스터디 그룹을 꾸려 면접시험 등을 대비할 계획이다.
추석 때 고향에 가거나 가족과 함께 보내려는 젊은이들이 줄고 있다. 대신 추석 연휴를 여행이나 공부 등 자기계발에 활용하려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는 젊은 세대에게 가족 친척 등 ‘전통적 공동체’에 대한 연대감이 약화되면서 추석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16일 각 대학에 따르면 올해 추석 귀향버스 신청자들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 5개 대학에서 함께 운영하는 서부지역대학연합 귀향버스 신청자는 지난해 1200명에서 올해 600명으로 50% 감소했다.
서울대와 항공대는 지난해 각각 300명과 206명에서 올해 230명, 80명으로 줄었다. 몇몇 대학은 신청자가 적어 올해 운영을 취소했다. 대학 귀향버스는 시중 가격보다 30% 이상 싸고 표 구하기도 쉬워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귀향 수단이다.
반면 추석 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젊은이들은 크게 늘었다. 30세 미만 해외여행 상품 예약자는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800명에서 올해 5000명, 모두투어는 360명에서 3050명으로 각각 6배와 8배 이상 증가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젊은층은 여행사 상품보다 배낭여행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실제 젊은층 해외여행객은 집계된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올 추석 해외 여행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 상당수가 젊은층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가족 대신 친구들과 휴식을 즐기거나 성형수술, 취업준비를 선택한 사람들도 많아졌다. 추석 패키지 상품을 내놓은 리츠칼튼 서울의 객실 예약률이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추석 전인 17∼21일 강남 지역 성형외과 환자 예약률도 평상시보다 40% 이상 늘었다. 연휴 때 무료 특강을 계획한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은 이미 600명의 좌석 예약이 마감됐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젊은 세대의 경우 연고주의가 약해 고향에 대한 끈이 엷어지면서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림대 신경아 교수는 “최근 들어 친족 간 유대의 중요성은 약화된 반면 개인주의 문화는 확산돼 각자의 필요에 따라 여간 시간을 쓰려는 욕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전웅빈 임세정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