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종주캉과 중국 기독교
입력 2010-09-17 17:53
중국의 반체제 인사 종주캉(鍾祖康)은 저서 ‘다시는 중국인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에서 19세기 독일의 저명 중국선교사 에르스트 파베르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당시 부패로 침몰해가는 중국과 중국인을 바른 길로 되돌리려 노력한 파베르는 어째서 서양국가들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중국은 도덕이 침몰하고 백성들은 빈곤에 허덕이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문제의식과 성찰의 결과물이 1884년 출간된 ‘서에서 동으로 가다’이다.
이 책은 1888년부터 1911년까지 수차례 중판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중국 지성인들 사이에 반향이 컸다. 내용이 매우 솔직하고 거침없었기 때문이다. 파베르는 이 책에서 서양의 번영과 중국의 침체 원인을 기독교란 키워드를 통해 설명했다.
“세법을 가장 잘 실행하는 국가는 영국 미국 독일 등 기독교 국가이다. 세례를 받은 자는 관료든 서민이든 사심 없이 의무를 다한다. … 어쩌다 사기를 치고 나쁜 짓을 하는 자도 있지만 중국에 비하면 정도가 그리 심하지도 않고 … 양심이 있는 자는 진실을 저버리지 않는다.”
종주캉이 이 이야기를 소개한 이유는 명백하다. 중국이 지금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기독교 등을 계속 억압하고 그 가치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도덕과 윤리를 겸비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이 먹혔기 때문인듯 최근 중국의 기독교 인구는 크게 늘고 있다. 얼마 전 중국신문사는 자국내 기독교인구가 230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세계종교연구소에서 이런 조사를 실시한 것도, 또 대중매체를 통해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정부기관 발표가 이 정도라면 실제 기독교인은 3∼4배 더 많다고 봐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기독교인의 상당수는 경제가 발달한 연안 대도시 지역 인텔리들이란 사실. 급속한 경제성장속에 만연하는 부패와 비리에 염증을 느낀 지식인들, 물질문명의 뒤안길에서 영혼의 갈급함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러 추세를 볼 때 중국이 경제뿐 아니라 기독교에서도 대국이 되는 것은 먼 날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중국기독교의 역동성과 한국기독교의 침체가 대조된다.
박동수 선임기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