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기갑 의원 유죄 판결은 사필귀정
입력 2010-09-17 18:09
법원이 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파괴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강 의원은 지난해 1월 미디어 관련법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농성하던 중 국회의장이 국회 경위 등을 동원해 민노당 당직자들을 강제 해산시킨 데 반발해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집기를 쓰러뜨리며 난동을 부려 불구속 기소됐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공중부양 활극’의 주인공에게 유죄를 인정한 것은 지극히 옳은 판단이다.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잡은 것은 이 땅에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1심 판결은 언론을 통해 폭력 상황을 지켜본 국민들에겐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국회 경위폭행 혐의는 신체적 위해 의도가 없었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정당 대표로서의 항의 차원이었으며, 공용물건파괴 혐의는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불벌(不罰)하다니 말이 되는가. 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판결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폭력사태의 배경보다 폭력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중시함으로써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명색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회 경위의 멱살을 잡아끌고, 사무총장실에 쳐들어가 행패를 부린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위법 행위다. 일반 국민이 강 의원과 같은 수준의 폭력을 행사할 경우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판결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국회 폭력과 과격 정치인에 대한 처벌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정치권에 경종이 될 것이다. 소수 정당에 속한 국회의원의 경우 다수결 원칙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이 선진 정치의 모습이다. 세력이 약하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하고, 또 그것을 용인하는 정치 문화는 하루빨리 청산돼야 한다.
강 의원은 재판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폭력사건 1주일 뒤 대국민 사과를 한 사람으로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의원직이 박탈되는 징역형을 받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고 상고를 포기하는 것이 옳다. 국민 앞에 자숙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