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손님맞이 집꾸밈 ‘가을을 담자’
입력 2010-09-17 17:53
아직 한낮의 햇살은 여름 못지않게 뜨겁다. 가을을 알리는 단풍도 올해는 예년보다 열흘 이상 늦는다잖는가. 추석 당일에도 긴소매의 추석빔을 입기에는 조금 덥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우리 집 거실과 식탁만큼이라도 결실의 계절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꾸며보면 어떨까.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전문 양성기관 까사스쿨 플라워 팀장 허윤경 과장은 “가장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은 뭐니 뭐니 해도 알록달록 생명력 넘치는 꽃”이라면서 “여기에 제철과실을 곁들이면 가을의 향기와 정취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과장은 “플로리스트 제인 패커가 일본 도시락 박스에서 힌트를 얻은 ‘벤또 디자인(Bento Design)’은 꽃꽂이를 처음 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나지막한 사각 상자에 적당히 칸을 나눈 다음 각각의 칸을 꽃과 과실 열매 등으로 채워주면 된다. 이때 꽃을 꽂을 칸에는 비닐을 깔고 플로럴 폼을 잘라 넣은 다음 꽃대를 짧게 잘라 꽂는다. 드라이플라워가 되는 소재라면 그냥 얹어 자연스럽게 마르게 해도 멋스럽다. 계절에 따라 소재만 바꾸면 사철 내내 활용이 가능하다. 높이가 낮아 식탁 위에 놓는 센터피스로 그만이다.
허 과장은 또 “투명한 유리컵에 조 수수 기장 콩 팥 등을 켜켜이 담은 뒤에 플로럴 폼을 얹고 그 위에 열매나 꽃을 꽂아도 풍성한 가을 느낌을 즐길 수 있다”고 일러준다. 노란 기장, 붉은 팥, 녹색인 녹두 등 색상 차이가 큰 곡식을 번갈아 담는 것이 선이 살아나 보기 좋다. 꽃은 돔 형태가 되도록 가운데는 높게, 가장자리로 올수록 낮게 꽂도록 한다.
꽃꽂이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좀더 본격적인 꽃꽂이에 도전해보자. 소호앤노호 박영민 실장은 “바구니나 집에 있는 새우젓독 등 장독에 홍가시 제임스스토리 등 오렌지, 빨간색 등의 생화와 말린 연밥, 붉게 익은 망개나무 열매, 연두색 미니사과나 주황색 미니호박 모형을 함께 꽂으면 추석 분위기를 돋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구니에 꽃을 꽂을 때는 안에 비닐을 깐 다음 플로럴 폼을 담은 뒤 꽂으면 된다. 수국 해바라기 등 얼굴이 큰 꽃을 먼저 꽂은 다음 장미 연밥 카라 등 중간 크기를 꽂고 그 사이사이를 이시안사스 카네이션 등 얼굴이 작은 꽃을 꽂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사과 등 모형은 2∼3㎜짜리 꽃꽂이용 철사에 접착제(글루)로 붙여 꽂으면 된다. 이때 몇 개씩 모아 꽂는 것이 보기 좋다. 거실 테이블에 놓아도 보기 좋고 선물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깊이감 있는 독을 이용할 때는 중간 높이까지는 스티로폼이나 빈 상자를 넣고 그 위에 꽃을 꽂은 화기를 얹어 두도록 한다. 키가 큰 화기에는 높이감을 줄 수 있는 석화버들 등 키 큰 소재를 선이 겹치지 않게 주의해서 꽂고, 말린 연밥, 갈색잎사귀 등을 낮게 꽂아 안정감을 살린다. 거실 한 켠이나 신발장 옆에 놓아두면 거실 전체가 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로 바뀐다.
박 실장은 “꽃꽂이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창가나 테이블 위에 크고 작은 호박, 갈대 등을 보기 좋게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가을 분위기로 바꿀 수 있다”고 일러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