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돌아왔다!… 우미진 정규 2집 ‘코쿤네이처’·말로 5집 ‘동백 아가씨’ 발매
입력 2010-09-17 18:04
우미진(33)과 말로(39). 두 여성 뮤지션은 서로 다른 장르에서 독특한 영역을 개척 중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장르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장르로 음악작업을 넓혀간다는 점이다.
모던록을 추구하는 우미진의 음악은 감미로운 재즈, 은은한 블루스, 편안한 포크의 느낌을 동시에 갖고 있다. 재즈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배운 그녀는 이후 이태원의 블루스 클럽, 하드록카페에서 기량을 쌓았다. 이 때문에 그녀는 곡마다 그 느낌에 맞는 장르를 선택해 록에 녹여낸다.
최근 발매된 정규 2집 ‘코쿤네이처(Cocoonature)’에는 포크와 블루스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움이 있고, 모던록을 떠올리는 담백한 기타 반주가 들린다.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미진은 고치(Cocoon)에 숨어있다가 나비가 되는 유충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성숙해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1집에 비해 한층 편해졌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해지고 산뜻해졌다.
2001년 데뷔 앨범 ‘리턴 투 제로(Return To Zero)’에서는 담백함보다 슬픔이 더 짙게 묻어났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 수록된 ‘유’ ‘러브 송’ ‘꽃그늘’ 등 4곡에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어린 소녀가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유’는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숲에서 회상에 잠기는 노래 ‘꽃그늘’에서 흘러나오는 기타의 잔잔한 반주와 하드레코더의 화음은 보슬비가 내리는 푸른 숲을 연상시킨다.
‘재즈 디바’ 말로의 5집 ‘동백 아가씨’는 재즈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트로트의 신파적인 정서가 흠뻑 묻어난다. 말로는 ‘동백 아가씨’ ‘신라의 달밤’ ‘목포의 눈물’ 등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가요 11곡을 재즈로 편곡했다. 앨범의 부제목 ‘케이 스탠다드(K-Standards)’에서 보듯 그는 한국 재즈의 정석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그의 주요 음악 영역은 외국 장르인 재즈이지만, 그는 한국 가요로 작업의 지평을 넓혀 ‘한국식의 재즈’를 만들려고 한다.
말로는 원곡의 박제된 감수성에 갇히지 않았다. 4분의 5박자로 편곡한 ‘동백 아가씨’는 애수 어린 느낌이 한층 강화됐으며, 탱고 분위기의 ‘서울 야곡’은 차차차 리듬으로 바뀌어 집시 음악에서 느껴지는 자유스러움을 표현했다. 토속적 느낌이 강한 ‘목포의 눈물’은 전통 리듬인 자진모리를 연상시키는 아프로큐반 리듬으로 바꾸어 재즈에 민속 리듬을 입혔다. ‘하얀나비’ ‘구월의 노래’는 말로의 음악적 동지인 전제덕이 하모니카 피처링에 참여해 유장한 느낌의 곡으로 재탄생했다. 말로는 다음 달 1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한국식 재즈를 관객에게 알릴 예정이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