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女 월드컵 8강전 신승… 0대 2 뒤지다 6대 5 역전, 투지로 이룬 ‘4강’

입력 2010-09-17 17:57


‘0-1(전반 2분)→0-2(전반 3분)→1-2(전반 15분)→2-2(전반 23분)→2-3(전반 37분)→3-3(후반 25분)→4-3(후반44분)→4-4(후반 46분)→5-4(연장 전반 4분)→6-4(연장 전반 8분)→6-5(연장 전반 13분).’



그야말로 120분에 걸친 혈투였다.

17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 마라벨라의 맨니 램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8강전.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태극 소녀들은 경기 초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시종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열을 정비할 틈도 없이 3분 동안 순식간에 2골을 내줬다.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뜨거운 날씨 속에 체력적 열세를 정신력으로 이겨낸 태극소녀들의 투혼이 빛을 발한 것은 전반 중반부터.

15분 이금민(현재정과고)의 만회골과 8분 뒤 여민지(함안대산고)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는 ‘제2의 지소연’으로 불리는 여민지가 왼쪽 측면을 단독 돌파해 골지역 왼쪽에서 골키퍼까지 제치고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4-3으로 처음 역전에 성공하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인저리 타임이 적용된 후반 46분 은고지 오코비가 동점골을 넣어 연장전으로 몰고간 것.

연장전에서는 한국의 투지가 나이지리아를 압도했다. 김아름이 연장 전반 4분 재역전골을 터트렸고, 4분 뒤에는 여민지가 강력한 헤딩슛으로 쐐기포를 꽂았다.

엎치락뒤치락하는 120분간의 드라마를 승리를 이끌고 사상 첫 U-17 여자 월드컵 4강 진출의 금자탑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한국이 FIFA 주관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것은 1983년 U-20 남자 월드컵, 2002년 남자 월드컵(이상 4위), 2010년 U-20 여자 월드컵(3위)에 이어 사상 네 번째다. 한국은 스페인-브라질의 8강전 승자(18일)와 오는 22일 새벽 5시 아리마의 래리 곰즈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2008년 원년대회 챔피언 북한도 전반 44분 김금정의 천금같은 중거리 결승골로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을 1대0으로 꺾고 4강에 합류했다.

FIFA 주관대회에서 남·북한이 동반 4강에 오른 것은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처음이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