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 내정] 靑, 모의청문… 병역·누나에 2억차용 등 120분간 추궁 끝 “통과”

입력 2010-09-16 21:52


16일 오전 7시 청와대 인근 모처. 김황식 감사원장을 앞에 두고 청와대 인사들이 진을 쳤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백용호 정책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김명식 인사비서관이 김 원장을 상대로 ‘총리 후보자 모의 청문회’를 실시하는 자리였다. 김 원장의 총리 내정 발표가 나기 8시간 전이었다.

한 참석자로부터 두 눈의 시력 차로 병역 면제를 받은 김 원장에게 “당시 면제 기준이 뭔지 알고 있느냐. 설명해 보라”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김 원장은 “당시 2디옵터 이상이 병역 면제 기준이었고, 나는 5디옵터였다. 관련 자료가 다 있다”며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모의 청문회는 장장 120분 동안 진행됐다. 청와대가 지난 9일 국회 운영위에 보고했던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안’에 따른 첫 조치였다.

모의 청문회는 보안을 위해 청와대가 아닌 은밀한 장소를 택했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자는 “내정자를 몰아세우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언론이나 야당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선 충분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주로 2008년 김 내정자의 감사원장 인사 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의혹들이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측은 대학원 재학 자녀의 학비 부당 소득공제, 누나 2명으로부터 차용한 2억원 등을 ‘추궁’했다. 김 내정자는 “당시 인사 청문회 직후 부당 소득공제 받은 부분은 반납했으며, 대법관 퇴직금으로 받은 1억원으로 각각 5000만원씩 갚았다”고 해명했다. 참석자들은 김 내정자의 답변이 사전에 검증한 자료와 맞는지도 비교·검토했다.

짧지 않은 모의 청문회를 마치고 김 내정자와 청와대 참모들은 아침을 함께 먹었다. 참석자들은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이 하는 것처럼 김 내정자에 대한 적격·부적격 여부를 표시했다. 전원이 찬성 의견을 낸 이후 김 내정자는 점심 무렵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최종 낙점을 받을 수 있었다.

역시 이번에 새로 마련된 200개 항목의 ‘정밀 자기검증서’는 15일쯤 제출된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지난 14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검증서를 작성한 적이 있느냐’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의 질문에 “작성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임 실장은 “국회 답변 이후에 검증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밀 자기검증서 제출과 모의 청문회가 이틀 만에 이뤄진 셈이다. 홍 수석은 “김 내정자는 공직에 오래 있던 분이라 검증 관련 자료가 상당히 축적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청와대는 김 내정자가 군 면제를 받았던 1972년 병무청 자료 등도 사전에 확보했다.

개선된 인사 검증 절차에 따라 현장 확인과 주변 탐문도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직원 10여명을 총동원해 김 내정자 지인과 주변 인물을 직접 만났다. 검증팀은 “다시 한 번 검증에 문제가 생기면 옷을 벗겠다는 각오”로 길을 나섰다고 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