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청년, 7년 만에 방문 열었다… 부산병무청 지속적 대화 노력에 세상 속으로
입력 2010-09-16 20:46
병원에서조차 포기한 20대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부산병무청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7년만에 사회에 적응, 세상과 더불어 살게 됐다.
지난달 12일 오전 9시쯤 부산병무청 사회복무과에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인 김모(25)씨의 아버지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내용은 “아들이 7년 동안 외부와 단절하고 방에서 컴퓨터, TV, 강아지와 지내고 있어 공익요원 입영일인데 입영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 아버지는 “그동안 병원 정신과 입원치료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허사로 돌아가 이제는 포기상태”라며 “병무청 직원이 와서 강제로 데려가 달라”고 당부했다.
공익을 강제로 입영시킬 수 없는 규정에 따라 조영삼 과장 등 직원 4명이 상담을 위해 김씨 집을 방문했다. 김씨는 문을 잠그고 대화를 거부했다. 직원들은 다음날 또 방문했으나 김씨는 더욱 폭력적으로 대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도저히 안되겠다”며 “입원을 시키기 위해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정신질환이 아니기에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며 “우리가 한번 책임지고 노력해보겠다”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그리고 김씨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공익 입소 때까지 무엇이든 도와주겠다. 어려운 점이 있으면 이야기하라. 입소 후에도 후견인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1주일여 만에 김씨의 심경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입영시기를 1년 연기토록 해준 뒤 병무청으로 초청했다. 직원들이 친구처럼 대하자 굳게 닫힌 김씨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김씨에게 취미생활이 필요하다고 보고 검정고시 학원수강과 헬스, 수영 등을 권유했고 자신감을 회복한 김씨는 최근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병원에서도 어렵다는 아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