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전성 지키며 복지예산 확충…‘서민희망 예산’ 배경·예상되는 문제점
입력 2010-09-17 00:23
내년 예산안의 타이틀은 ‘서민희망 예산’이다. 올해까지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투입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내년부터는 재정건전성도 챙기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기 체감도가 느린 서민층 복지예산을 늘려 경제주체들의 성장 보폭을 맞춰나가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미 재정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사회에 대비해 복지예산도 늘려야 하는 정부로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최선의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친서민 예산 주요 내용은=내년부터는 영유아 무상보육 지원 대상이 4인가구 기준으로 월소득 258만원에서 450만원 이하로, 맞벌이가구의 경우 498만원에서 600만원 이하로 확대된다.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때 지급하는 양육수당은 대상을 만 1세에서 만 2세까지로 확대하고 지원액도 월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으로 올린다. 이 같은 무상보육 관련 예산(지방비 제외)은 올해 2조7000억원에서 내년 3조3000억원으로 20.1% 증액했다.
또 전문계 고등학생 모두에게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등 교육 분야에 신규 예산 3669억원을 편성했다. 전체 고교의 31%를 차지하는 전문계 고교생 전원인 26만3000명에게 1인당 연평균 120만원을 입학금과 수업료로 준다. 또한 이들의 산업현장 연수, 해외인턴십 등 취업 지원에도 510억원을 투입한다.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향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결혼이민자의 직업교육과 취업지원을 확대한다. 다문화사회 장려를 위해 올해 예산에서 266억원을 증액, 86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우선 내년에는 다문화가족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2만8000여명이 총 580억원 상당의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정부, 서민예산 발표 서두른 이유=매년 정부는 9월 말에 다음해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을 발표해 왔다. 이번처럼 내년도 예산의 제목을 서민희망 예산으로 정하고 미리 발표한 적은 없었다. 이는 경기회복의 온기가 서민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있지만 집권 후반기 들어 예상보다 일찍 꺼진 지지도 하락을 만회해 대형 국책사업 추진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성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구호로만 친서민 정책을 외쳤던 게 아니라는 점을 피력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좋아진 경기 체감을 서민층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추석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예산안의 일부분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정건전성 이상 없나=정부는 서민희망 예산을 포함한 내년 복지 예산을 총지출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당정이 지난 15일 예산안 협의 회의를 열고 내년 예산안을 올해 예산보다 5∼6% 늘어난 308조∼310조원 수준에서 편성한다는 데 큰 틀의 공감대를 이룬 것을 감안하면 복지예산은 86조∼87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각 부처가 요구한 복지예산안 87조3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 복지예산(81조2000억원)보다 6∼7%가량 늘어난 것이다.
늘어나는 예산이 있으면 그만큼 줄어드는 쪽도 생겨야 한다. 때문에 가장 먼저 예산 삭감 대상으로 꼽히는 분야가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이다. 이 중에서도 전국 각 지역의 선심성 SOC 투자와 불필요한 사업 등은 되도록 줄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대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제 여건이 이어지고 있어 재정건전성 조기회복과 복지예산 증액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는 게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복지예산의 경우 한번 늘어나면 다시 줄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서민 체감도가 높은 과제를 타게팅해 확실히 해결하면서 지속가능한 건전 재정 유지를 통해 포퓰리즘적 지원과 차별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아진 이용상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