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내신 2014년부터 ‘절대평가’ 전환 추진… 고교등급제 부활·특목고 우대하나
입력 2010-09-16 21:38
교육과학기술부가 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고교 내신제도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시기와 방법이 결정되지 않았고 여론수렴을 거쳐 주요 골격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내신제도를 개선한다는 기본 구상은 확고하다. 하지만 대입용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2006년 도입된 내신 상대평가제가 폐지되는 데 대한 뜨거운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절대평가 도입되나=16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현행 내신 9등급의 상대평가를 폐지하는 방안을 담은 연구 결과를 외부 정책 연구진으로부터 보고받고 도입 시기와 적용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절대평가 도입은 1∼2점으로 등급이 결정되는 현행 고교 성적 평가방식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고교 내신제도를 언제, 어떻게 바꿀지는 검토와 연구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내신제도 개편 방안은 2012∼2013년 일부 교과에 대해 내신 9등급제를 먼저 폐지한 뒤 2014년부터 전 교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과부는 9등급제를 즉시 폐지할 경우 학교 현장의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해 단계적 도입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부는 이를 위해 2학기부터 전국 74개 고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소인수 과목(수강 학생 13명 이하 과목)에 제한적으로 내신 9등급제를 폐지해 운영하고 있다.
내신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교과 성적은 원점수, 평균점수, 표준편차, 과목별 수강생수 등 네 가지로만 표기된다. 그러나 기존 절대평가처럼 수·우·미·양·가 등급은 표기하지 않는다.
◇찬반 논란 불붙을 듯= 교육당국이 2006년부터 운영된 내신 9등급제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상대평가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원단체들은 상대평가가 고교 교육을 입시도구화하고 학생을 점수 경쟁으로 내몬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초·중·고 교원 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4.6%가 내신 9등급제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교 과정에서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절대평가가 결국 특목고 우대와 고교등급제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내신 등급이 사라지면 변별력이 떨어져 대학이 특목고 출신 학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논술과 수능 성적에 더 큰 비중을 둬 내신 성적이 대입에서 무력화될 가능성도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내고 “학생 개인의 능력과 성장과정을 평가하는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찬성한다”면서도 “대학선발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특목고 우대와 내신제 무력화 등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도 이러한 반발을 인식해서인지 당초 17일로 예정됐던 토론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도입 여부와 시점은 아직 못 박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편안을 마련한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입학사정관제, 선택과목 등이 전면화되는 2014년부터는 각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다양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고교등급제 논란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